국내에서 막대한 매출을 일으키면서도 유한회사 제도 맹점을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았던 구글·페이스북 등이 내년 11월부터 외부감사를 받는다. 매출 규모가 드러나면서 국내에 세금을 납부,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1월 시행하는 '외부감사법 시행령 전부개정안' 마련했다고 8일 밝혔다.
개정안은 외부감사대상 법인 기준을 글로벌로 확대하고 감사인 독립성을 확보했으며 회계 처리 책임을 대폭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외부감사 대상이 확대된다. 주식회사 외에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자산·부채·종업원수와 함께 '매출액'도 기준에 포함됐다.
유한회사가 자산이나 부채, 종업원수 중 하나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외부감사를 피할 수 있었던 기존 제도 허점을 보완했다.
그동안 외국계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외부감사에서 벗어났던 애플코리아와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역시 외부감사를 받아야한다.
다만 △자산 100억원 미만 △부채 70억원 미만 △종업원수 100명 미만 △매출액 100억원 미만 등 기준 4개 가운데 3개 기준에서 벗어나는 소규모 회사는 예외다.
이에 따라 외부감사 대상 법인은 현행 2만8900곳에서 3만3100곳으로 4200곳(14.5%) 늘어난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매출 기준 주식회사 700곳이 추가되고 유한회사 3500곳이 늘어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거대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의 조세회피 문제 해결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이들 기업은 국내 소득을 세율이 낮은 해외로 이전, 조세회피 의혹을 받아왔다. 글로벌 IT기업은 대부분 유한회사 형태로 국내에 법인을 설립, 지속된 의혹 제기에도 구체적인 납세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실체가 드러날 경우 “국내 세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주장의 진위를 가리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구글은 2016년 국내 앱 마켓 시장에서 매출 4조4656억원, 애플은 2조206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구글의 검색 광고와 유튜브 동영상 광고, 애플의 단말기 판매까지 더하면 수치는 더욱 올라간다.
그러나 국세청이 공개한 외국법인 업태별 법인세 신고현황에 따르면 2016년 매출 5000억원 이상으로 신고한 기업 중 IT기업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규제개혁위원회와 사전협의 중”이라며 “이달 중순 시행령안을 입법 예고하고, 회계감리 선진화 방안을 도입하는 등 향후 절차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