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청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벽에 부딪쳤다. 여야가 4월 임시국회 일정 합의에 실패하면서 추경 논의의 첫 발인 국무총리 국회 시정연설도 무산됐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동철 바른미래당, 노회찬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등 4당 원내대표는 9일 조찬회동에 이어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정례회동을 가졌다. 4당 원내대표는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정상화를 모색했으나 실패했다.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 시정연설을 위한 본회의도 열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개헌안, 방송법, 4월 임시국회 일정 등이다. 개헌안을 두고는 여야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방송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민주당이 상임위에 올라온 안을 전부 논의하자는 입장을 편 반면에 한국당 등 야당은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제출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 협상 결렬로 이 총리 추경 시정연설까지 무산되자 청와대는 맥이 풀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회에서 추경이 통과되고 집행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려 했다.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에서 “국민께서 총리 시정연설 주목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수석보좌관회의 시간을 늦췄는데, 시정연설을 언제하게 될지 모르는 유감스런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추경이 국가재정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올해 초과세수를 미리 사용하지도 않는다”며 “최근 십수년 동안 가장 규모가 적은 이른바 '미니 추경'으로 편성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추경은 작년 결산잉여금 2조6000억원과 기금여유재원으로 활용해서 편성한 것”이라며 “규모가 적지만 용도로 보면 청년일자리 대책과 군산, 통영 등 특정 지역 위기대응대책으로만 사용되기 때문에 결코 작은 규모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이 제때 집행되면 두 가지 용도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며 “청년취업난 해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과 특정 산업 구조조정 때문에 극심한 어려움 겪고 있는 지역에 특별한 재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국회 의견도 같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 대통령은 6·13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시기상 야당의 반대가 있을 수 있음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방선거 이후 추경을 편성해선 추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향후 국무총리께서 시정연설을 통해 추경의 구체적 용도와 기대효과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할 것”이라며 “4월 임시국회에서 추경 예산안이 의결돼 정부가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국회의 대승적 결단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10일부터 3일간 예정됐던 대정부질문 파행도 불가피해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향후 원만한 국회일정을 위해 여야가 합의했을 때 시정연설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대응 방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신규 채용을 한 경우, 채용장려금 지원과 줄어드는 임금을 보전해주는 기업에 대한 지원, 설비투자 융자 지원 등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IT·스타트업 기업·버스운송 기업이 노동시간 단축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매뉴얼 및 컨설팅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같은 유연근로시간제도 개선방안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