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모럴해저드 논란에 휘말릴 조짐이다. 정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업체가 문서를 위조해 지시를 이행한 것처럼 꾸몄다가 들통났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9일 아이덴티티게임즈 임직원을 불러 조사했다. 아이덴티티게임즈는 지난해 직원 160여명의 3년치 초과근로수당 6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받고 작년 8월 이를 이행했다며 이체확인증 사본을 노동청에 제출했다. 노동청에 따르면 이 사본이 위조됐다. 지급하지 않은 금액을 마치 준 것처럼 속인 것이다. 노동청은 구오하이빈 대표를 공무집행방해로 고발했다.
회사 측은 현 경영진이 이미 초과근로수당이 지급된 줄 알았고 서류 위조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아이덴티티게임즈는 최근 초과근로수당 6000만원을 대상자에 다시 지급했다.
아이덴티티게임즈 관계자는 “지난해 말 다른 이유로 퇴사한 담당 직원이 경영진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서류를 위조했다”면서 “해당 직원이 횡령 등 사적 이익을 취득한 정황은 없다”고 말했다. 해당 직원에 대한 민·형사 등 법적대응은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답변을 유보했다.
게임업계는 지난해 불거진 근로조건 논란에 이어 정부 시정명령을 어긴 사례까지 등장하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자칫 게임업계 전체로 불똥이 번질까 우려한다.
게임사 경영진 중 한 명은 “근로조건 문제는 창의적인 업무 특성상 사회 지적에 대응할만한 근거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위조 건은 책임이 어디 있느냐에 상관없이 비난을 직격탄으로 맞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이덴티티게임즈는 이번 일을 계기로 초과 근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근무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특정 시기에 업무가 몰릴 수 있는 게임업계 특성상 부득이 발생하는 초과 근무는 법령에 따라 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구오하이빈 아이덴티티게임즈 대표는 “관리 소홀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보고 프로세스를 철저히 점검하겠다”면서 “근무 문화 개선에 필요한 여러 제도를 적극 검토해 조기에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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