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체 생산해 온 스마트폰 주요 부품을 외주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선도 기술 개발과 적기 시장 대응을 위해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고성능 부품 상당수를 자체 생산해 왔다. 자체 생산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외주를 맡을 부품 협력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자체 생산해 온 렌즈, 액추에이터, 지문 인식 모듈을 외부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부품 생산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관련 설비 매각을 위한 실사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 협력사 관계자는 “사업 제안을 받고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렌즈와 액추에이터는 스마트폰 카메라 부품이다. 렌즈는 사람 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액추에이터는 초점을 맞추는데 사용된다. 지문 인식 모듈은 지문을 판별하는 부품이다. 모바일 결제나 스마트폰 잠금 해제에 사용자 인증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선도 기술 개발과 시장 대응 차원에서 이들 부품을 자체 생산했다. 자사 스마트폰에 신기술 탑재가 시급할 때나 외부에서 부품을 조달하기 어려운 경우였다. 삼성은 연구개발과 투자 여력이 있어 부품 조달 적시성과 품질 관리 수준을 대체로 짧은 기간에 확보할 수 있다. 실제 2015년을 전후해 스마트폰 트렌드가 메탈 케이스로 급격히 바뀌자 협력사를 독려하기보다 대규모 설비를 직접 구축했다.
삼성전자가 렌즈, 액추에이터, 지문 인식 모듈을 외주 전환하는 건 협력 기반이 안정화됐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협력사를 통한 외부 생산으로도 경쟁력 있는 부품을 공급 받을 수 있고, 시장 대응에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경영 효율화 문제가 대두된 것도 배경으로 추정된다. 부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가 하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비용 절감이 절실하다.
삼성전자 부품 외주화는 후방산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 같은 플래그십 모델의 지문 인식 모듈 물량을 자체 생산해 왔다. 갤럭시S 시리즈는 연간 판매량이 4000만대를 넘는 인기 모델이다. 이 지문 인식 모듈이 외부 조달로 전환되면 후방 업계에는 4000만대가 넘는 신규 수요가 생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 지문 인식 모듈을 공급하는 드림텍 등 기존 협력사에는 중저가 모델 중심에서 플래그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기회가 된다. 물량 증가에 따라 신규 업체가 삼성 서플라이체인에 진입할 수 있다. 렌즈와 액추에이터 외주화 역시 후방업계에 긍정 영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에 렌즈와 액추에이터를 공급하는 회사는 삼성전기, 세코닉스, 엠씨넥스 등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술 발전 사이클에 따라 범용화한 부품을 중심으로 외부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품목과 규모 등은 확인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