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시장친화적 통신경쟁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제4 이동통신과 풀MVNO 등 경쟁력 있는 사업자를 시장에 진입시켜 통신비를 인하하려는 전략이다. 정부 규제를 통해 강제로 통신비를 인하하려는 우리나라와 정반대 정책이다.
라쿠텐은 총무성으로부터 1.7㎓ 대역 주파수 20㎒폭을 할당받고 제4 이통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서비스 예정일은 2019년 10월이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라쿠텐은 인터넷 이용자가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자 위기감을 느끼고 2014년 알뜰폰 사업에 진출, 지금까지 150만명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4 이통에 도전한 것이다.
라쿠텐은 9500만명 전자상거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제4 이통에서 1500만 가입자 확보가 초기 목표다.
라쿠텐은 제4 이통에서 알뜰폰과 동일한 수준의 요금제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통사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데이터 6GB에 2980엔(약 2만9700원) 정도다.
기존 이통사 요금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이통 3사는 긴장하고 있다. KDDI는 “(라쿠텐과 경쟁하려면)서비스 제공에 창의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관건은 전국망 구축이다. 총무성은 주파수 할당 조건으로 '로밍에 의존하지 않는 전국망 구축'을 내걸었다. 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하라는 주문이다.
라쿠텐은 6000억엔을 투입, 4G 전국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2025년 인구 대비 커버리지 96%가 목표다.
라쿠텐에 MVNO 회선을 제공하고 있는 NTT도코모가 계약을 중단하거나, 비싼 로밍 접속료를 부과하는 등 사업을 방해할지 모른다는 예측이 현지에서 제기된다.
앞서 IIJ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지난달 '풀MVNO' 서비스를 시작했다. 법인용으로 시작, 이달 2일부터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대상으로 유심을 판매했다.
2014년 풀MVNO 진출 계획을 세운 IIJ는 도코모와 2016년 풀MVNO 협정을 맺고 1년 반가량 준비해 마침내 지난달 서비스 시작했다. 설비 구축에 30억엔(약 30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풀MVNO는 이동통신사만 가졌던 설비를 갖춤으로써 이통사(MNO)에 준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가입자관리기능(HSS·HLR)이다.
단말기가 어느 기지국과 연결하고 통신할 것인지 제어한다.
풀MVNO는 유심도 자체 발행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MNO로부터 빌려써야 했다.
이처럼 자체 설비와 유심을 갖춤으로써 풀MVNO는 MNO 간섭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다.
외국인 대상 유심을 판매할 때 기존에는 재고 부담에도 유심을 MNO로부터 미리 구매했지만 앞으로 수요에 맞게 직접 유심을 제작할 수 있다.
상반기 내에 기업용 국제로밍 서비스, 사물인터넷(IoT) 전용요금제 등도 출시할 예정이다.
일본의 이같은 행보는 우리나라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인위적 요금 감면 제도가 지속 도입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저소득층 요금 감면 제도에 이어 하반기 기초연금 수급자(노령층) 대상 요금 감면이 예정돼 있다. 저소득층 요금 감면(2561억원)과 기초연금 수급자 요금 감면(1877억원)으로 통신사가 감수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44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이 뿐만 아니라 보편요금제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일본 제4이동통신과 풀MVNO 동향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