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체인 일본 무라타가 전장용 MLCC 증설에 최대 1000억엔(약 9900억원)을 투자한다.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을 대신할 성장 동력을 자동차에서 찾겠다는 포석이다. 현재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MLCC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위 업체 삼성전기 사업 전략에도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19일 니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무라타는 올 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에 일본 시네마현과 필리핀 MLCC 공장 증설에 500억~1000억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증설은 전기자동차용 MLCC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생산능력을 20%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니케이아시안리뷰는 “이번 투자가 역대 MLCC 투자 중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제어하는 부품이다.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필요하다. 고성능을 구현할수록 MLCC 사용량도 늘어난다. 최신 스마트폰에는 1000개가 넘는 MLCC가 사용된다.
MLCC는 그동안 가전과 스마트폰 등 IT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자동차 분야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같이 자동차의 전장화 추세가 그 배경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MLCC가 약 1만2000개에 달한다. 스마트폰의 12배가 넘는 양이다. 무라타는 이처럼 수요가 커지고 있는 자동차 시장 공략을 위해 차량용 MLCC 증설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라타는 세계 MLCC 시장 40%를 점유하고 있다. 2위는 점유율 20%대 삼성전기다. MLCC는 이들 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제조사도 세계 10여곳으로 한정돼 공급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1위 업체인 무라타가 전장용 MLCC에 힘을 싣게 되면 IT용 공급은 상대적으로 축소된다. IT 제품 비중이 높은 삼성전기나 야교 등 후발주자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IT용 MLCC는 지금도 공급이 타이트한 상황이어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무라타 행보가 경쟁사에 전장 시장 대응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장용 MLCC는 현재도 무라타, TDK, 다이요유덴 등 일본 소수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라타의 이번 전장용 MLCC 투자는 후발주자 추격을 따돌리며 한 발 더 앞서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혀 경쟁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삼성전기는 현재 IT 비중이 큰 상황이지만 전장시장 확대에 대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전장용 MLCC 생산라인을 증설하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MLCC 시장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신영증권은 세계 MLCC 시장이 2020년까지 연평균 2.9% 성장하는 반면에 자동차용 MLCC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10.8%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