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일대 변혁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탈석탄'을 에너지 정책 기조로 삼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방안 등 다양한 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은 정부 계획대로 신재생에너지의 저변 확대와 투자가 적극 이뤄져야만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 정책에 공감하면서도 신재생에너지의 큰 단점으로 꼽히는 낮은 경제성, 일조량, 바람 세기 등 자연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전력 생산량 같은 불확실성은 간과할 수 없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전기요금 단가도 상승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내 전기사용량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총 전력소비량은 50만7746GWh로, 2010년 40만GWh 돌파 후 8년 만에 50만GWh를 넘는 많은 사용량을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도 에너지 사용량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는 늘어나는 에너지 사용량을 감당하기 어렵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 목표 달성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정부 지원을 통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너지소비를 줄이고,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발전 효율을 높이는 등 에너지 효율 정책과 병행하는 것이 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책 전환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다. 에너지 수요 관리와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는 2030년까지 100조원 투자 계획 등 정부의 경제·정책 지원이 적극 이뤄지는 반면에 에너지 수요 관리와 에너지 효율 사업 투자는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에너지 이용 합리화 자금은 2013년 6000억원에서 2015년 5000억, 2017년 3500억원, 2018년 3000억원 등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올해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지원금은 지난해 대비 800억원 줄어든 700억원이 배정되는 등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에너지 수요 관리는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해외 의존도가 약 80%로 매우 높다. 중화학공업과 철강, 자동차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 비중도 높은 편이다. 이런 산업 구조에서 화석에너지 사용 비중을 줄이고 청정에너지로 전환을 유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 가격 불안정 등 에너지비용에 대한 경제적 위험을 감당하기 위한 최적의 대안은 ESCO 사업이다.
ESCO 사업은 기존의 노후 시설을 개체, 보완해 에너지 효율화를 유도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끌어낼 수 있는 사업이다. 기술과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한 에너지 사용자를 대신해서 기술과 자금을 제공하고, 교체·보완한 시설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절감액으로 투자비와 이윤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절약 시설 투자에 따르는 기술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ESCO로부터 에너지 절약 시설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정책자금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받고 추후에 에너지비용 절감액으로 회수할 수 있어 경제 부담도 크지 않다.
ESCO 사업은 최근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과도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연계할 수 있다. 건축물과 산업체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에 대한 일괄 제어 및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 에너지의 효율 사용과 온실가스 감축 등 많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은 정부와 민간 투자 확대를 통해 ESCO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과 지원에 관한 특화되고 구체적인 방법론 제시가 꼭 필요한 때다. 이런 움직임이 모여 국가 에너지 효율화를 이루면 국내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과 보급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최근 침체된 ESCO시장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시장 창출과 산업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고근환 에너지절약전문기업협회 상근부회장 gohgnhn@esc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