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우리나라 미래 20년의 에너지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고 생산·공급·소비 전반에 걸쳐 선진 인프라를 구축, 국가 에너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그 가운데 최근 우리나라를 강타한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등 환경 문제로 인해 전력 부문의 에너지 전환에 이목이 집중됐다. 정부는 원자력 및 석탄 발전 의존도는 낮추고 액화천연가스(LNG)발전과 재생에너지를 지속 확대한다고 밝혔으며, 재생에너지는 2040년까지 국내 발전량의 최대 35%까지 확대하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을 내놨다.
친환경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의 에너지 전환 패러다임에 동의하지만 우리의 현재와 최종 목표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핵심 연결고리가 미흡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재생에너지는 분명 환경 문제만 고려할 때 최선의 대안이지만 전통의 발전원 대비 전력 공급 안정성이 부족하고, 발전 원가 또한 현 시점에서는 현저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또 좁은 국토에서 발생하는 입지 선정의 한계 등 넘어야 할 산이 매우 많다. 재생에너지가 국가 핵심 전력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 기술, 시장 등 여러 요소가 합당하게 적시에 해결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이들 요소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 불확실성을 크게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친환경 에너지 시대로 가는 과정에서 정책 의도와 부합하고 재생에너지의 '안정성' '경제성' 등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답은 분산형 전원인 '집단에너지 사업'에 있다.
분산형 전원 제도 도입 및 활성화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2014년에 발표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거리 송전에 따른 전력 손실과 막대한 건설 유지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 수용성 저하로 인한 입지 확보의 어려움 등 문제가 많은 대규모의 집중형 발전설비 공급 방식에서 탈피, 국내 발전량의 15% 이상을 집단에너지·자가발전기 등 분산형 전원으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17년 12% 수준인 수요지 인근 분산형 전원의 발전 비중을 2040년 30%까지 확대하고, 연료전지 집단에너지 건설과 노후 설비의 개체 유도 등 정책을 제시했다. 집단에너지는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해 80% 이상 높은 열효율을 발생, 연료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한다.
제4차 집단에너지 공급기본계획에 따르면 개별 공급 방식 대비 집단 에너지는 연간 약 23% 절감하고 있다. 또 온실가스 배출은 연간 약 24.9%, 황산화물·질소산화물·먼지 등 3대 대기 오염 물질 배출은 약 34.7% 각각 절감하고 있다. 산업단지 집단에너지는 열과 전기를 산업단지 내 기업에 안정 공급, 제조 산업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지역 사회 활성화라는 사회 편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집단에너지 사업 환경은 열악하고 어려운 실정이며,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처한 현실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집단에너지 사업은 단지 내 개별 공장의 무분별한 보일러 가동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열 공급시설 일원화·집단화로 효율성 높은 에너지를 공급, 산업단지 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정부 주도로 시작된 사업이다.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자는 입주 업체의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저렴한 열 공급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었다. 이로 인해 많은 사업자가 유연탄을 연료로 택했다. 결국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기조에 부합하기 위해 막대한 환경 설비 투자를 진행해야 했으며, 현재는 지역자원시설세와 탄소배출권 등 다양한 제도로 말미암은 부담으로 심각한 운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사회 가치 실현과 지속된 환경시설 투자 등 노력에도 정부 외면과 곱지 않은 사회 시선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서 효율성·경제성을 우선시하던 시대를 지나 안전 및 환경을 우선시하는 에너지로의 전환 시대 시작점에 있다. 분산형 전원인 집단에너지 사업은 우리나라를 선진 에너지 강국으로 연착륙시킬 수 있는 최상의 합리 및 현실 대안이다. 그러나 지금은 원전 및 석탄발전 축소,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만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집단에너지 사업이 국가 전력 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현실에 맞는 지원 정책이 구체화되기를 바란다.
이재승 GS E&R 경영기획본부 전무 nordbay@gsen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