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 성장 회복세를 뒷받침하겠다는 뜻이다.
26일 한은은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변화와 그에 따른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국내경제가 세계 경제 성장세 지속으로 수출·설비투자가 개선되는 등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소비 역시 꾸준히 증가하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2018년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유지했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촉발된 경제 충격이 2분기 이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중국인 관광객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등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전체 외국인 입국자가 사드 갈등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12일 기준금리 동결의 이유에 대해서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투자 둔화가 예상되지만 소비는 가계 소득 여건 개선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수출도 세계 경제 호조로 예상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한 뒤 최근 3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금융시장 가격변수 변동성 확대와 높은 가계대출 증가세 등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미국 정부가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무역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에 맞서 중국이나 EU 등도 보복관세 등 대응책을 시행·예고하고 있다. 이에 당분간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기조가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높은 증가세를 보인 가계부채도 우려했다. 지난해 정부의 주택시장(8.2일)·가계부채(10.24일) 대책으로 최근 가계부채가 8.1%로 2015년(10.9%)과 2016년(11.6%)보다 둔화됐다. 그러나 그동안 증가세가 누적되면서 가계부채의 총량 수준이 이미 높은 데다 증가 속도도 소득에 비해 여전히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가계부채 누증은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가계의 소비여력을 줄이면서도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가계부채 수준이나 증가속도, 그리고 분포와 구조 등 변화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아지고, 경제활동이나 소비심리에 좋은 영향을 준다면 성장세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며 “반면 원화강세로 이어져 수출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리스크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차례 남북정상회담으로 해소된다고 보긴 어렵고, 향후 전개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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