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경협 재개 및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대외 환경과 정권 변화 등에 흔들리지 않을 지속가능한 남북경협 틀을 만드는 것이 과제로 부상했다. 전문가는 남북경협을 위해 북한 경제 제재 해제가 우선돼야 하지만 면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판문점 선언 1조 6항은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2007년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남과 북이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추진하기에 앞서 준비 작업을 하겠다는 의미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진전과 맞물려 제재 완화가 이뤄지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또 10·4 선언 합의가 한반도 평화 번영을 이루기 위한 실천 조치로 어렵게 합의했던 만큼, 관련 합의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10·4 선언 5항에는 △경협 투자 장려 △기반시설 확충과 자원개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등이 담겼다. 이와 함께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한강하구 공동 이용 △개성공단의 2단계 개발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공동이용을 위한 개보수 문제 협의 △안변과 남포에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도 포함됐다.
남과 북은 합의사항을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기반으로 풀어나간다. '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새 전략 노선으로 천명한 김정은 위원장도 한반도 신경제구상에 원칙적으로 공감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우선 개성에 설치될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남북경협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하기로 한 것도 매우 중요한 합의”라며 “여기서 10·4 정상선언 이행과 경협 추진을 위한 남북 공동조사 연구 작업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당장 남북경협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는 힘들다고 진단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열릴 가능성이 큰 북미정상회담이 관건이다. 북미가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놓고 통 큰 합의에 이르면 경제 제재도 신속한 해제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 남과 북이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의장은 “우선 UN 제제가 풀려야겠지만 그런 후에는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큰 규모와 높은 차원의 경협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주저하거나 준비가 부족하다면 북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정상회담에 이어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을 검토해왔다”며 “앞으로 이들 사업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산 핸디카 대표(핸디소프트 이사회 의장)는 “정권 변화에 무관한 국가 차원의 경제협력 틀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이하 경협공동위)' 부활 여부가 주목된다. 경협공동위는 2000년 6·15 선언 이후 경협을 총괄했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10·4 선언을 계기로 격상한 회의체다. 수석대표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했다.
북미 해빙 무드가 조성되면 경협공동위 재개를 통해 경협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협공동위가 재개하게 되면 11년 만이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