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中"직원들 머릿 속 들여다본다" 뇌파로 감정 읽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이 생산라인의 노동자들에게 뇌파를 측정하는 기기를 착용하게 해 사람들의 '머릿속'까지 통제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통신장비 등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인 항저우중헝전기는 생산라인의 노동자들에게 작고 가벼운 무선 센서가 부착된 모자를 쓰고 일하게 한다.

이 센서는 노동자들의 뇌파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컴퓨터로 보낸다. 이 컴퓨터는 뇌파를 분석해 노동자의 걱정, 불안, 분노 등 감정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생산 속도를 조절하고 공정을 개선해 전반적 작업 능률을 높인다. 노동자들의 스트레스를줄이기 위해 휴식 시간의 빈도와 길이를 조절하기도 한다.

'뇌 감시' 연구는 서구 선진국에서도 이뤄지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 전면 적용된 것은 중국이 처음이다.

미국 등지에서는 양궁 등 스포츠 훈련에서 선수의 기량 향상에 쓰일 뿐이다.

저장성 각 가정과 기업에 전력을 공급하는 국가전망저장전력은 이러한 뇌 감시 시스템으로 기업 경영을 개선하고 수익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프로그램 세부 사항을 밝히기는 거부하면서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뇌 감시 시스템을 적용한 2014년 이후 이 회사의 순익은 20억 위안(약 3400억원)가량 늘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뇌 감시 프로젝트 '뉴로 캡' 진행하는 닝보대학의 진지아 교수는 이러한 시스템이 10여개 공장과 기업에 적용됐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중요한 임무를 맡은 직원이 격한 감정의 변화를 일으킨다면 전체 생산라인에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 경우 관리자가 그 직원에게 하루 휴가를 주거나, 다른 임무를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이 컸지만, 이제는 모두 익숙해졌다"며 "이는 중국이 경쟁자들을 추월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하이의 기술기업인 디예아가 개발한 뇌 감시 장치는 베이징-상하이 구간을 운행하는 고속철 운전사의 훈련에 쓰인다. 운전사가 쓰는 모자에 부착된 센서는 피로와 집중력 저하 등을 90% 이상의 정확도로 측정할 수 있다. 운전사가 졸 경우 센서가 보낸 신호가 운전실 내 알람을 작동하게 해 운전사를 깨운다.

상하이에 있는 창하이 병원은 푸단대학과 함께 환자의 감정을 모니터해 폭력적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의 감정을 모니터하는 것은 환자가 쓴 모자에 부착된 센서, 병실에 설치된 특수 카메라, 침대 밑의 압력 센서 등이다. 특수 카메라는 환자의 표정과 체온을 체크하며, 압력 센서는 환자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병원 관계자는 "이들이 보내는 데이터를 종합해 환자의 감정 상태를 모니터할 수 있으며, 감정 상태가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면 의료진에 만일의 폭력 사태에 대비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중국민항대학의 정싱우 교수는 중국이 뇌 감시 장치를 항공기 조종실에 적용하는 최초의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정 교수는 "대부분의 항공 사고는 조종사의 감정 파탄 등 인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며 "항공기의 이륙 전 조종사의 감정 상태를 체크해 항공기 조종을 맡길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군부도 이러한 뇌 감시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세부 사항은 알려진 바 없다.

전면적인 뇌 감시 시스템 적용이 초래할 '빅 브러더' 사회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베이징사범대학의 챠오지엔 교수는 "이러한 기술은 기업이 노동자의 감정을 통제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데 쓰여 '감정 경찰'로 변질할 우려가 있다"며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도 나쁘지만, 이러한 뇌 감시 시스템은 사생활 침해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챠오 교수는 "인간의 마음이 수익 창출에 함부로 쓰여서는 안 될 것"이라며 "뇌 감시 시스템을 제한할 법규를 마련하고,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노동자의 선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