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애완동물 전문 손해보험사인 일본 애니콤, 비상장 주식 특화 증권사인 미국 쉐어즈포스트 같은 전문·특화 금융사 설립이 가능할 전망이다.
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가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자본금 요건 등 진입장벽을 낮추고,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해 인가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진입장벽을 낮춰 혁신 참가자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겠다”며 “낮아진 문턱을 넘는 과정도 투명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보험업권과 금융투자업계 등 2금융권 진입장벽은 크게 낮아진다.
금융위는 우선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별도 허가 기준도 새로 만든다. 보험기간, 연간보험료 규모 등이 일정 수준 이하면 일본처럼 자본금 요건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일본은 연 50억엔 이하 연간보험료의 소액단기보험사는 최저 1000만엔 자본금으로 등록이 가능하다. 반면 일반보험사 허가는 최저 10억엔의 자본금을 필요로 한다.
교보라이프플래닛, IBK연금보험 등 특화보험사 및 온라인전문보험회사 신설을 유도하기 위한 규제와 인가 제도도 정비한다.
비상장 주식·코스닥·펀드 지분 등 특정 영역의 중개전문증권사 신규 진입도 허용한다.
파생상품을 제외한 특화 투자중개업은 인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하고, 자본금도 15억원 수준으로 낮춘다. 특화증권사에는 순자본비율(NCR)도 차등 적용할 전망이다.
신탁업 인가 단위도 세분화한다. 금전신탁, 부동산신탁 뿐만 아니라 펫 신탁, 유언 신탁 등이 가능하도록 인가 단위를 세분화한다. 자본금 요건도 기능별로 차등화한다. 이 밖에도 투자일임업자와 자문회사에 대한 등록 단위를 통합해 1인 투자자문회사 설립도 손쉽게 할 계획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IBK연금보험 같은 소액이나 단기보험에 특화된 보험사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를 만든 것처럼 네이버나 다음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소액보험 선물하기 등 상품을 만든다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도 진입규제 완화를 통해 모험자본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증권사 내부에서 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시도가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초대형 투자은행(IB) 시대에 걸맞게 금융투자업계도 대형화와 다각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산분리 등 다양한 제약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본금 요구 조건을 낮췄지만, 보험업 특성상 막대한 초기 비용과 약 10년은 수익이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또 신규 사업 확대로 인한 업권 간 갈등도 숙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화신탁업자는 은행이 눈독 들이는 분야”라며 “금융위의 명확한 방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신기술금융사에 이어 비상장 주식을 중개하는 증권사까지 등장하면 벤처캐피털에게 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