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성희롱과 성폭행 등의 성폭력을 직접 경험했거나 주변의 피해 사실을 아는 사례가 수백건에 달했다. 성폭력 가해자 가운데 국회의원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유승희)는 2일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3~5일 국회의원 및 국회의원실 근무 보좌진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이후 국회 차원의 조사를 거쳐 국회 내 성폭력 실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문지를 이용한 자기기입방식으로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배포된 1818부 중 958부가 회수됐다. 응답률은 52.7%이었다. 여성은 43.1%, 남성은 56.6%가 응답했다. 조사와 분석은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연구책임자 박인혜)가 진행했다.
중복 응답을 포함한 조사결과, 국회에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목격하거나 들은 적 있는 성폭력 범죄는 성희롱(338명)이 가장 많았다. 가벼운 성추행(291명), 심한 성추행(146명), 스토킹(110명), 음란전화나 음란문자, 음란메일(106명), 강간미수(52명), 강간 및 유사강간(50명) 순이었다.
특히 직접 피해를 본 성폭력은 성희롱(66명)이었다. 다음은 가벼운 성추행(61명), 음란전화나 음란문자, 음란메일(19명), 심한 성추행(13명), 스토킹(10명)이 뒤를 이었다.
강간 및 유사강간(2명), 강간미수(1명) 피해를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직접 피해를 본 응답자는 모든 성폭력 범죄 유형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이번 조사에 답한 응답자의 현재 직급은 여성은 7급 이하, 남성은 6급 이상이 다수였다. 가해자는 6급 이상이 다수였다.
가해자 중에는 국회의원도 포함돼 있었다. 응답자들은 이번 조사에 익명으로 참여했다. 가해 국회의원이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
국회 윤리특위는 “이 같은 결과는 국회 내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상급자에 의한 위계위력에 의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응답자 중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누군가에게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86명(여성 85명)에 불과했다. 도움을 청한 상대는 같은 의원실 동료, 다른 의원실 동료, 같은 의원실 상급자 순이었다.
국회 내 대응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71.1%가 지난 3년 간 국회 내에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국회 사무처 인사과에 성희롱 고충 전담창구가 있음에도 다수(94.3%)가 모르고 있었다.
유승희 위원장은 “국회에서 이 같은 실태조사는 처음 이뤄진 것으로, 높은 회수율과 남성 응답률은 성폭력 문제가 남녀 구성원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