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정세균 국회의장 등 헌법기관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4·27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남은 과제와 관련해 협조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우리가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는 안보 상황이 아주 안 좋았지만 이후 좋아져서 남북정상회담까지 이어졌다”며 회담의 감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대법원장이 해외 출장 중인데, 이어서 국회의장과 총리도 가실 것이고, 저도 다른 외교 일정이 있다”며 앞으로 분주한 외교 행보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오찬에는 정 의장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이 참석했다.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칠레 3개국을 공식 방문 중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불참했다.
정 의장은 “한반도에, 특히 판문점에 세계인 이목이 쏠린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주 역사적인 일”이라며 “국민이 압도적 성원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의 대장정이 확실히 시작됐다”며 “국회도 노력해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애쓰시는 분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은 “TV 생중계를 보면서 북한도 진심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선언보다는 실행이 더 중요하지만 남북 모두 진심을 다하고 있는 만큼 실행도 큰 어려움 없이 잘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도보다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로 말씀을 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경청하는 모습은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로 발신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우리는 그동안 약속을 지켰는데 항상 북한이 먼저 깼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신뢰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 신뢰는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서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한병도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이날 현안점검회의를 마치고 휴식을 위해 연가를 내 남관표 안보실 2차장이 대신 배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 헌법기관장에게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고 '판문점 선언' 이행 계획과 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찬은 예정된 시간을 30여분 넘겨 오후 12시부터 1시 30분까지 진행됐다.
청와대는 오찬 메뉴를 남북 정상회담 만찬과 동일하게 준비했다. 스위스식 감자전, 신안 민어, 부산 달고기 구이, 서산 목장 한우 모듬 구이, 김해 봉하쌀, 쑥국 등이 오찬 테이블에 올랐다. 당시 북한 측이 준비했던 평양냉면은 제외됐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