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제전기차엑스포가 지난 주말 막을 내렸다.
국제전기차엑스포는 우리나라 전기차 민간보급이 본격화된 2014년 처음 열려 올해로 5회를 맞은 국내 대표 전기차 행사다. 초창기만 해도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 각국 전기차 선도 보급 도시의 지자체장, 관련 시장·산업계 전문가가 다녀갈 정도로 행사 분위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올해는 전시업체나 콘퍼런스 참가자 등 대중 선호가 반쪽이 됐다.
엑스포의 꽃인 신차는 단 1개 모델에 불과했고, 자동차 업계 거물이나 국내외 중앙부처장, 지자체장도 볼 수 없었다. 주최 측인 제주도청은 매년 발표했던 전기차 선도 도시 보급 전략이나 비전도 내놓지 못했다.
오로지 엑스포조직위원회만 행사를 위해 바쁘게 뛰었고, 엑스포를 기업간 거래(B2B) 행사로 변화·발전시키려는 흔적만 보였다. 유명 강연자가 나오는 콘퍼런스도 찾기 힘들었고, 이목을 끌만한 이벤트도 없었다.
달라지거나, 기대할 내년도 없다. 신차 구매력 등 제주만이 가졌던 장점도 이제 다른 도시와 지역으로 평준화되고 있다. 지난달 유사 행사가 서울에서 처음 열렸고, 대구와 광주도 올해 자체 전기차 전시회를 연다. 제주만의 차별성을 갖기 어렵게 됐다.
국제전기차엑스포는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을 앞당기는데 큰 역할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선도적인 시장정책도 다른 지자체에 모범이 됐다. 하지만 초기동력은 이제 방전이 거의 다 된 느낌이다. 재충전이 필요하다.
제주 전기차엑스포는 변신해야 한다. 지금 같은 전략으로는 초기 명성을 되찾을 수 없다. 서울과 대구·광주 등과 연계하거나, 한국 전기차·충전시장 경험을 앞세운 글로벌 B2B 행사로 키우는 결단이 필요하다. 제주뿐 아니라 관련 부처나 산업계의 적극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초기 국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한 제주 전기차엑스포가 단순한 지역행사로 전락하지 않길 바란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