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패혈증' 사태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의 한 피부과에서 사용된 프로포폴 주사제가 상온에 약 60시간 방치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자아내고 있다.
집단 패혈증의 원인인 프로포폴은 마약류로 지정됐으며, 주사를 맞은 환자를 깊이 잠들게 하기 때문에 피부과에선 주로 레이저 시술 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마취제로 사용된다.
대두기름이 원료인 지질성분이 많아 냉장 보관하지 않으면 쉽게 상할 수도 있다.
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프로포폴은) 세균 번식에 아주 취약한 약제다"며 "개봉했을 경우 6시간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발생했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의 원인이었던 '스모프리피드' 영양주사제 역시 지질성분이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질병관리본부는 "지질주사제의 영양분은 박테리아가 성장하는 데 이상적인 환경이 된다. 100㎖ 용량의 주사액을 신생아 투여 용량인 20㎖ 단위로 나누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균에 오염됐다면, 이로 인한 전격성 패혈증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균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면역력이 약한 사람의 경우 패혈증과 폐색전증이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약품 설명서에는 사망위험 경고는 물론 투여상 주의사항, 준비 과정상 주의사항이 매우 자세히 기술돼 있다. 한국의 제품 설명서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8일 해당 피부과에서 프로포폴 주사를 맞고 시술을 받은 환자 20명은 패혈증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금까지 1명이 퇴원했으며, 나머지 환자들은 중환자실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윤민지 기자 (yun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