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딜레마…'삼성' 브랜드 버릴까, 계속 쓸까

르노삼성자동차가 때아닌 삼성 브랜드 결별설에 휘말렸다. 삼성 브랜드 사용 기한은 2020년 으로 앞으로 2년이나 남았지만, 업계 일각에서 삼성 지우기에 나섰다는 추측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이런 의혹은 르노삼성차가 최근 르노 본사로부터 들여오는 클리오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불거졌다. 클리오에 르노삼성 고유 엠블럼 대신 르노 엠블럼을 부착하고, 르노를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본격적인 르노 브랜드 마케팅 활동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태풍의 눈' 엠블럼(왼쪽)과 르노 '로장쥬' 엠블럼.
르노삼성 '태풍의 눈' 엠블럼(왼쪽)과 르노 '로장쥬' 엠블럼.

9일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클리오 출시를 기점으로 르노 브랜드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맞지만, 삼성 브랜드 지우기 수순에 관한 일부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클리오에 르노 엠블럼을 사용한다고 해서 앞으로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클리오는 프리미엄 소형 수입차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르노삼성 엠블럼 대신 르노 엠블럼을 부착했다. 르노 브랜드를 알리는 것은 클리오 마케팅 홍보 활동의 일환일 뿐, 브랜드 전략 자체를 바꾸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앞서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에도 르노 엠블럼을 장착해 판매했지만, 승용차에 르노 엠블럼을 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르노 본사로부터 수입·판매하는 QM3의 경우 르노 엠블럼 대신 르노삼성 엠블럼을 달았다.

르노삼성차 CI.
르노삼성차 CI.

이 관계자는 “아직 적지 않은 소비자가 르노삼성차를 삼성 제품으로 인식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나의 브랜드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도 삼성 브랜드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르노삼성차는 삼성 브랜드 사용 종료 시점인 2020년 이후 계약을 10년 더 연장해 2030년까지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 시장 내 삼성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와 호감도가 여전히 높은 탓이다. 자체 조사에서도 사용 중단보다 지속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르노삼성차는 국내 매출의 0.8%를 삼성에 조건으로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르노삼성차가 삼성 로열티 명목으로 삼성카드에 지불한 배당금은 426억원이었다.

르노삼성차는 당분간 르노삼성, 르노 두 가지 브랜드를 혼용해 사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국내 개발 및 생산 제품인 SM 시리즈에는 기존과 같이 '태풍의 눈' 엠블럼을, 해외 수입 판매 제품인 르노 시리즈에는 르노그룹 고유의 '로장쥬' 엠블럼을 사용하는 안이다.

르노삼성차는 앞으로 제품군 다변화를 위해 클리오 외에 다양한 르노 브랜드 차량의 국내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는 마스터와 캉구 등 르노 경상용차 제품군 도입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