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안 스타트업이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국내 보안 스타트업이 기술을 인정받아 수백억원대 대규모 해외 투자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보안 스타트업 롤 모델로 여겨진다.
에버스핀은 일본 금융그룹 SBI홀딩스와 홍콩 PE투자사 블랙파인으로부터 각각 1500만달러(약 162억원), 500만달러(54억원) 투자를 유치했다고 9일 밝혔다. 국내 투자 유치를 포함하면 누적 투자 금액 300억원에 이른다.
에버스핀은 소스코드가 주기를 두고 변하는 다이내믹 보안 기술 '에버세이프'를 개발했다. 에버세이프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실행될 때마다 다른 보안 소스코드를 생성한다. 보안 모듈이 앱에 고정된 기존 방식과 달리 소스코드가 변해 사실상 해커가 앱 모듈을 분석하지 못한다.
다이내믹 기반 아래 앱·운용체계(OS)·메모리 위·변조 탐지, 보안키패드 제공, 안티 바이러스, 난독화 기능을 제공한다. 다이내믹 보안 기술은 국내에서 1금융권을 비롯해 증권, 핀테크 기업이 도입했다. 우리은행, 행정안전부, 트루밸런스 등 국내외 20개 기관·기업에 보안 서비스를 공급했다. 지난달에는 기업은행, 이베스트증권, 코인레일과 계약을 완료했다.
SBI홀딩스는 20개국 이상에 증권, 은행, 보험 등 200개 법인을 보유한 종합금융그룹이다. 블랙파인은 중국에서 알리바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핀테크 기업 루팍스를 발굴한 투자사다. 블랙파인 창업자는 1억달러 규모 암호화폐 펀드(ICO펀드)를 운영하는 키네틱 캐피털을 설립했다.
에버스핀은 해외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국내 금융권 공급 사례뿐만 아니라 SBI홀딩스 등이 글로벌 진출 발판이 된다. SBI금융그룹은 다이내믹 보안 기술을 그룹 내 모든 계열사에 도입한다. 블랙스핀도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 해당 기술 적용을 추진한다. 향후 다이내믹 보안 기술을 모바일뿐만 아니라 PC 등으로 확대 적용한다.
하영빈 에버스핀 대표는 “한국 보안 기업도 글로벌 보안회사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면서 “투자금으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국내 보안 스타트업이 200억원대 해외 투자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단순 벤처캐피털(VC)이 아닌 금융그룹이 투자한 '전략 투자'로 해당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것은 물론 기업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국내 보안 기업이 해외에서 인정받기 쉽지 않다”면서 “에버스핀이 국내 보안 스타트업 기업 롤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