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중반 지구에 생태 재앙이 일어난다. 지구 종말 위기에서 살아남은 소수 사람이 한 곳에 모여 산다. 바깥은 오염되었기에 생존을 위해 주거지를 빈틈없이 관리해야 했다.
건강과 음식이 엄격히 관리되고 사람을 만나는 것까지 통제된다. 이 모든 건 '생존'을 위한 조치다. 적어도 주민은 그렇게 믿고 있다.
그들은 주거지에서 잘 지내다 지구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땅 '아일랜드'에 빈자리가 나 이주하기만을 바란다. 지금은 꽤나 익숙한 전개지만 이 영화가 나온 2005년엔 신선한 발상으로 평가됐다. 역시나 여기엔 음모가 숨어있다.
지구 종말 생존자라고 믿었던 주민은 사실 복제인간이었다. 일종의 '사육'을 당한 것이었고 아일랜드는 장기를 적출하는 절차였다. 아일랜드에 가는 것은 곧 죽음이었다.
주민 중 일부가 이 사실을 깨닫고 탈출을 감행한다는 게 영화 뼈대다. 주민은 소중한 '상품'이었기에 철저히 관리해야 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생활관리 장면을 보면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침대에 달린 센서가 뇌파나 호흡, 심장박동, 움직임 등을 측정해 수면 질을 알려준다. 나쁜 꿈을 꾸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소변은 곧바로 정밀분석해 건강 이상 유무를 알려준다. 색, 당도, 염도, 단백질 등이 모두 분석 대상이다.
오늘날 이런 기능은 '미래적'이라는 느낌이 상당히 줄긴 했다. 스마트침대, 스마트밴드 같은 제품이 출시된 영향이 클 것이다.
이런 스마트 센서 기능을 집약한 '스마트홈'은 4차 산업혁명 중심에 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업은 끊임없이 스마트홈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고, 소비자는 스마트홈의 효용성을 재고 있다. 비용 대비 효과가 확실하다는 느낌을 줄 때 힘겨루기는 끝나고 스마트홈이 보편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사는 5세대(5G) 이동통신이 스마트홈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5G는 속도·용량 등에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이동통신을 제공하는데 전문가는 이를 다섯 가지 서비스로 분류한다.
스마트홈은 이 중에서 '편재형'으로 분류된다. 나를 둘러싼 일상이 똑똑해진다는 의미다. 스마트홈, 스마트 빌딩, 스마트시티는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뿌리는 같은 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과 5G에 기반한 스마트 기술이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거기서 나오는 막대한 정보를 관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개인정보는 물론 온갖 정보를 빅데이터로 깊이 분석하면 제2, 제3의 정보가 나올 수 있다. 정보화 사회를 지나며 완벽한 정보 보안은 없다는 걸 몸소 느끼지 않았던가.
스마트 사회가 영화 아일랜드처럼 '관리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