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 디지털혁신최고책임자(CDO) 및 전담 조직 신설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 정보최고책임자(CIO)와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등이 시스템 관리를 위한 지원 조직이라면 CDO는 스마트 금융으로 진화하는 패러다임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조직 책임자다. CDO 신설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마케팅과 자산관리(WM) 분야 등 자본시장 핵심 분야와 결합, 전략 비즈니스를 발굴하려는 시도다.
CDO는 우리나라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 등 해외에선 도입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CDO 역할은 기업 내에서 혁신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미국에는 CDO클럽도 조직돼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 가운데 CDO를 가장 먼저 신설한 곳은 CJ그룹이다. 이후 금융권을 중심으로 도입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금융투자업계 디지털 혁신 협의체' 구성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CDO클럽과 유사한 형태가 예상된다. 협의체는 지난 10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CDO들은 디지털 혁신과 관련한 소통과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또 금융투자업계 현안도 함께 논의한다. 협의회에 참여한 21개 증권사 가운데 7개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디지털혁신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임원급을 배치했다.
CDO 조직에 힘이 실리고 역할이 커지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기존 인력 교육, 글로벌 진출, 데이터 분석, 신규 사업 등 디지털 혁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기획 사업은 CDO를 통해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과거 CIO처럼 숙제만 안기고 추진할 권한이 미미하면 어떤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조직에서 겉돌게 된다. CDO를 두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새로운 시도는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치는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CDO를 두기로 결정한다면 벽을 깨고 조직의 디지털혁신을 주도할 만한 힘도 함께 부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