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채용에 폐지됐던 필기시험이 전면 부활한다.
면접에는 외부 인사가 참여해야 하고 부정합격자 발생에 따른 결원을 충원하기 위해 은행은 예비합격자 풀을 운영해야 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이 같은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청탁·순위조작 등으로 입행한 직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은행들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거세지자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기존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만 채용 절차에 필기시험을 뒀다.
다른 은행은 서류전형에서 지원자 상당수를 걸러내고 면접 등 절차로 최종합격자를 가렸다.
국내 은행 중 채용 비리가 적발될 경우 해당 직원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내부 규정이 있는 곳은 현재 한 곳도 없다. 법원이 법률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최종 판단해주지 않는 이상 입행을 취소할 근거가 없다.
서류전형 자체 공정성을 높이는 절차도 마련했다. 모범규준은 서류전형을 외부기관에 맡기거나 외부 전문가를 서류전형에 참여하게 했다.
부정 청탁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면접에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해 면접위원에게 지원자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도록 했다.
면접에 외부 인사가 면접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 단, 외부위원 비율은 은행 자율에 맡겼다.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일부 금융공기업에서는 지난해부터 외부위원이 면접전형에 참여했다.
대학입시에서 볼 수 있는 예비합격자 풀도 운영한다. 채용비리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다.
부정합격자로 판정된 수험생 합격을 취소하고 예비합격자 명단 1순위자로 채우는 방식이다.
모범규준은 채용비리 온상이 된 임직원 추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시중 은행은 공식적으로 추천제도 존재를 부인하고 있으나 금융당국 조사 결과에서 정황이 드러났다.
모범규준은 채용 결과를 발표하기 전 은행 내부 통제담당 부서가 전체 채용 절차를 점검하도록 했다.
은행연합회는 다음 주 중 금융당국 의견을 받고 모범규준을 확정한다. 다음 달 의사회에서 이를 의결한다. 모범규준이 제정되면 각 은행은 이를 내규에 반영한다.
금융당국은 모범규준 내규화 여부와 내규 준수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