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은 제약·바이오 업종의 기업공개(IPO) 가치는 일반 상장 기업의 1.5~2배 수준에 이른다. 최근 증시에서 바이오 업종 주가가 급상승하고 VC가 바이오 기업이라면 뭉칫돈을 투입하는 이유다.
기술 실현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지만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크다는 것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기업이 바이오를 핵심 사업으로 내거는 주된 이유도 이런 성장성 때문이다.
14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6년 벤처캐피털이 IPO를 통해 회수한 기업의 가치는 평균 2235억원이다. 일반 IPO 기업의 평균 가치 1353억원, 벤처캐피털 투자 회수 기업의 평균 가치 1614억원에 비해 각각 65.19%, 38.48% 높다.
이런 추세는 2012년 이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2013년 VC 투자 바이오 기업의 평균 가치는 1235억원으로 평균 IPO 기업 가치 848억원에 비해 45.64% 높았다. 2015년에는 2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투자 규모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VC의 바이오 분야 투자는 총 1조669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신규 투자의 12.4%를 차지한다. 2016년에는 4686억원으로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3788억원을 신규 투자하면서 2조원 규모를 넘겼다.
투자 기업 수도 늘고 있다. 2015년 처음으로 연 투자 기업 수가 100개사를 돌파한 이후 2016년 159개사로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올해 들어서도 VC 바이오 투자는 급증세다. 지난 3월까지 VC업계 바이오 투자는 148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 491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올해 바이오 업종에 대한 신규 투자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던 2016년을 웃돌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 VC의 바이오 투자가 증가한 주된 이유는 연구과정 없이 개발만 수행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실제 바이오 분야는 산업 특성 상 연구개발, 임상실험, 제품 출시 등으로 매출 발생까지 시간이 길다. 바이오 기업이 벤처투자를 받고 상장된 이후에도 이렇다 할 매출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다.
코스닥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VC의 바이오 업종 투자 심리를 확대했던 요인이다. 다만 최근 불거진 바이오 상장기업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강경한 입장은 VC 등 기관투자자의 초기 투자 심리까지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바이오 분야 VC 관계자는 “바이오 분야 투자는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당장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도 기술 실현 가능성이 있다면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최근 문제가 되는 회계 이슈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기준 자체가 워낙 불확실하다보니 추후 회수 전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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