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젖줄인 블록체인 기술이 국내 금융업계에 속속 이식되고 있다. 증권, 은행에 이어 생명보험업권까지 블록체인 도입에 나서면서 금융권 전반으로 블록체인 융합에 속도가 붙었다.
금융투자업계는 블록체인 공동인증 기술인 '체인 아이디(CHAIN ID)'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은행연합회는 18개 은행이 참여하는 은행 공동 블록체인 인증사업자로 삼성SDS, 생보협회도 최근 생보업권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사업자로 삼성SDS를 각각 선정했다.
이들 금융업권은 모두 블록체인 도입으로 그동안 불편한 업무 환경 개선은 물론 공인인증 기반 인증 체계가 대폭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 시스템은 중앙 서버가 해킹되거나 오류가 발생하면 모든 업무가 중단됐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모든 정보를 특정 기관이나 중앙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네트워크에 분산 저장, 이런 불편이 없다. 위·변조 가능성도 낮다. 금융권 가운데 보수 성향이 가장 짙은 보험업계까지 블록체인 도입을 시작한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블록체인이 불러올 핑크빛 미래에 주목한다. 실제 블록체인 기술은 실생활에서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줄 가능성이 짙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려면 먼저 해결할 문제가 있다. 규격과 업권 간 융합 문제다.
생체 인증은 파이도(FIDO)를 통해 더욱 체계화한 표준과 규정을 수립했다. 반면에 블록체인은 다양한 연합체가 있지만 금융 분야만 놓고 보면 '따로 국밥'이다. 은행, 증권, 보험사가 제각각이다. 업권별로 개별 구축하면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연동이 어렵다.
이에 따라서 블록체인 인증이 도입돼도 은행권 인증은 은행, 증권업 인증은 증권사, 생보업 인증은 보험사에서만 각각 가능하다. 앞으로 손해보험업권도 블록체인 인증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만 최소 4개 이상의 개별 인증 수단이 생기는 것이다.
금융보안원은 9월 '블록체인 인증 연계 표준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상호 연동이 가능하도록 금융권 블록체인 기술을 정리하겠다는 의도지만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금융권 블록체인 사업은 초기 단계다. 공유와 연결이 핵심인 블록체인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금융권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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