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대륙경제 시대, 지역평등 발전 전략 세우자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북·미 정상회담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 역사적 만남에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계기가 마련되면 우리 경제에도 일대 지정학적 격변이 예상된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안정·상향은 물론 그동안 우리를 괴롭혀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 대외 신인도 향상이 예상된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북한은 항구적 과제로 천명해 온 '핵과 경제' 병진 노선을 이미 포기했다. 이는 북한 사회의 성격을 바꾸는 의미 있는 신호다. 경제 건설과 국방 건설에 대등한 힘을 넣자며 1962년 김일성 시절에 채택한 노동당 기본 전략의 변화여서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교류와 경제 협력이 급속도로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짙다.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한 중국, 베트남의 눈부신 경제 발전사를 참고한다면 남북 차원의 경협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한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동해안권(부산-금강산-원산-나선)과 서해안벨트(목포-서울-개성-평양-신의주) 양 축을 평화지대가 되는 비무장지대(DMZ)로 잇는 'H라인' 구상이 담겨 있다.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되면 저성장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는 전례 없는 일대 호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동북아 경제 공동체 구성 및 동북아 경제 특수도 기대된다. 이는 남북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국가의 발전 전망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높다.

러시아는 극동의 17개 선도 개발 구역 중심으로 아·태 지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신동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신동방 정책은 러시아가 극동 개발에 집중, 강대국으로의 재도약을 모색하기 위한 국가 프로젝트다. 중국 역시 자국으로부터 중앙아·동남아, 중동, 유럽을 연결하는 6개의 경제 통로를 만드는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GDP의 30% 이상, 세계 인구의 60%를 관통하는 세계사적 프로젝트다.

이러한 변화는 분단 이후 지정학적으로 '섬'과 같은 환경에 놓여 있던 한국 경제가 대륙 경제의 시작점으로 본격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연결돼 있는 경의선 복원,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재개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는 대륙 경제의 시작을 반드시 지역 평등 발전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역사·정치 요인에 의한 지역 발전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다. 1960년대에 시작된 박정희 정권 이래 급속한 공업화는 1970년대 말까지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동남권에 집중됐다. 서울-부산의 경부 축에 비해 호남과 강원은 낙후됐다. 1980년대 이후로도 첨단 산업 육성, 공업 분산 정책 등으로 국토 발전 정책 무게가 수도권과 영남을 오갔을 뿐 현재까지도 경부 축에 집중된 불균형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역 발전의 집중과 편차는 그에 따른 사회 비용 증가 및 경제 전체에 비효율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특단의 대책을 통해 경제 낙후 지역의 발전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경제의 속성상 발전의 격차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경제 전체에도 성장 잠재력을 잠식할 것이다.

지역 평등 발전 시대를 열 수 있는 밑그림은 그려졌다. 경의선을 통해 중국 횡단철도로 연결돼 중국 일대일로와 만나는 서해안벨트의 시작은 목포다. 또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과 만나는 동해권 개발은 강원도의 북한 접경을 관통한다.

이제 새로운 시대의 시작에서 낙후된 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촉발시키고 전 국토를 종합 및 체계화해서 발전시킬 전략을 구체화할 때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hope_1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