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이 돌연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자 중국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미국이 회담 무산의 책임을 놓고 중국을 정조준할까 봐 좌불안석하는 분위기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수차례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있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중국 때문에 순조롭지 못하다며 강력한 경고음을 보낸 바 있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동으로 가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중국으로 불러들여 논의한 시진핑 주석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것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최근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 역할론'을 내세우며 김정은 위원장의 든든한 뒷배로 나섰는데 이제는 졸지에 북미 정상회담을 무산시킨 장본인이 될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25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내달 12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 발표로 급제동이 걸리자 긴급 내부 회의를 통해 후속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한 비핵화와 종전 협정까지는 끼어들지 말라고는 경고를 받았음에도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북한 노동당 '친선 참관단'까지 불러들여 경제협력까지 모색하는 등 독자 행보를 보이다가 뜻밖의 상황을 맞이한 터여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에 이어 다롄 회동으로 북한을 끌어안음으로써 종전선언 등 일련의 추진 과정에서 배제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덜고, 자국 어젠다를 북중 공동의 전략으로 재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다.
결국 이는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맥스선더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강력히 비난을 제기하는 등 주요 현안에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이 북미간 갈등을 한층 부추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는 앞으로 칼끝이 중국을 겨눌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의 난관에 대해 연달아 중국 배후설과 책임론을 제기한 상황에서 판이 깨졌다"면서 "이 모든 책임의 칼끝이 중국을 겨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한국, 미국, 북한의 삼자 구도를 깨기 위해 중국이 수면 아래서 작업했던 것에 불쾌감을 표해왔다"면서 "중국으로선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 됐으며 북미를 중재하기도 모양이 우습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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