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결제원이 전자투표시스템을 재건축·재개발조합 조합원 투표, 학교 선거, 노동조합 선거 등 대외 서비스에 활용을 추진한다.
또 전자투표는 물론 주주총회 전체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 고도화도 진행한다.
29일 예탁결제원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자투표 중장기 발전방향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전자투표 활성화에 앞서 나선 선진 사례를 조사하고 추진과제를 도출하기 위해서다.
예탁원은 우선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기존 예탁원 전자투표 플랫폼을 개선할 계획이다. 주주확인부터 인증 방법, 외국인의 전자투표 참여 방법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을 검토한다.
아울러 주총 의결권 행사에 쓰이는 전자투표시스템을 민간영역과 공공영역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내 기업은 전자투표가 가진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전자투표는 주주가 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도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특히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올해부터 도입된 섀도보팅제도에 따라 전자투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섀도보팅은 정족수가 모자라면 주총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만큼 참석인원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다. 전자투표를 활용하지 않으면 주주 개개인을 찾아 위임장을 직접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예탁원은 올해부터 섀도보팅이 폐지된 만큼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손쉽게 대리행사할 수 있도록 전자위임장제도 개편 방안까지 들여다 볼 계획이다.
현재 전자위임장을 통한 의결권 대리행사를 위해서는 발행회사가 예탁원과 계약을 체결하고, 예탁원이 주주에게 수여 결과를 전달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소액주주 의결권 위임을 받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는 현행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상장기업의 주주총회 대부분이 3월에 몰려 있어 의결권을 보유한 주주가 보유 기업의 주총을 모두 참석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른바 주주총회가 같은 날에 열리는 '슈퍼 주총데이'에는 주주권 행사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개최 시간 역시 오전 9시 또는 오전 10시에 몰려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7년에는 상장기업의 절반이 넘는 414개 기업이 3월 24일에 주총을 개최했다. 2016년에는 3월 18일과 25일, 양일간 82.5%의 상장기업 주총이 몰렸다.
예탁원은 전자주주총회 도입 방안도 함께 검토할 방침이다. 현행 상법 상에는 정관 상 본점 소재지 또는 인접지역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하도록 하는 규정만 명시되어 있다. 주주가 소집 지역에 직접 참석하지 않더라도 인터넷 등을 통해 주주가 총회에 참석한 것으로 하는 전자주주총회 도입 방안에 대해서도 도입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