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컨템포러리암페렉스테크놀로지(CATL)가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선전 증시에 상장했다. 상장 규모는 당초 계획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공모된 자금을 바탕으로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보강할 계획이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국내 업체와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CATL은 30일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발행 주식수는 전체 자본 규모 10%에 해당하는 2억1700만주다. 주당 발행 가격은 25.14위안으로 전체 공모 자금은 54억6200만위안(약 92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날부터 수요 예측을 위한 온라인 공모를 받기 시작했으며 실제 거래는 내달부터 이뤄진다. 현지 언론들은 거래 시작 이후 주가가 주당 31.5~39.0위안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장 규모는 CATL이 당초 목표로 했던 131억위안(약 2조2000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지속적인 배터리 가격 인하에 따른 이익률 하락에다 중국 당국이 상장 시 주사수익비율(PER)이 23배를 넘지 않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상장 규모가 줄어들면서 향후 사업 확장 계획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CATL은 상장을 통한 공모자금 대부분을 생산능력(CAPA) 보강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본사가 위치한 푸젠성 닝더에 24GWh 규모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등 2020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50GWh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향후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와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CATL은 최근 폭스바겐, 다임러, 르노닛산얼라이언스, BMW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수주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독일, 헝가리, 폴란드 중 한 곳에 첫 해외 생산라인인 유럽 공장 설립도 검토하고 있으며 내달 중 부지를 선정할 전망이다.
김병주 SNE리서치 상무는 “중국에 여러 배터리 제조사가 있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요구 수준에 맞춘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CATL 정도가 꼽힌다”면서 “CATL은 이미 폭스바겐, BMW, 다임러 등 완성차 업체와 수주 계약을 하고 있으며 지난주 일본 지사를 오픈해 르노 닛산, 혼다 등 일본 제조사에 프로모션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푸젠성에 본사를 두고 있는 CATL은 2011년 중국 배터리 제조사 암페렉스테크놀로지(ATL)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분사해 설립됐다. 모회사인 ATL은 애플 아이폰 배터리 공급사로 유명하다. 지난해 매출은 200억위안(약 3조4000억원)이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파나소닉과 근소한 차이로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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