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이 BMW 차세대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BMW는 삼성SDI의 주요 고객사다. 10년 동안 주력 공급처로 있던 삼성SDI 독점 체제가 깨졌다. 막강한 중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한 CATL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잇달아 공급 계약을 맺으며 한국 업체 실질 경쟁자로 떠올랐다.
하랄트 크루거 BMW그룹 회장은 최근 “중국 CATL과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BMW가 2021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iNEXT'에 CATL 배터리가 탑재된다.
크루거 회장은 “BMW그룹은 일찍이 중국에서 CATL과 파트너십을 이어 왔다”면서 “iNEXT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CATL과 함께 개발한 5세대 제품으로, 곧 건설되는 CATL 유럽 공장에서 생산돼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BMW는 삼성SDI 주요 고객사다. 삼성SDI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일부 모델을 제외하고 BMW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해 왔다. 2008년 보쉬와 합작한 SB리모티브가 BMW와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이후 합작사 결별 이후에도 BMW와 파트너십에 공을 들여왔다.
크루거 회장은 “우리는 삼성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BMW가 2025년까지 전기차 모델 25종을 출시하기로 한 만큼 복수 배터리셀 공급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푸젠성에 본사를 두고 있는 CATL은 2011년 중국 배터리 제조사 ATL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분사해 설립됐다. 모회사인 ATL은 애플 아이폰 배터리 공급사로 유명하다.
CATL은 올해 들어와 세계 유수 자동차 제조사와 잇달아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상당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CATL은 그동안 중국 내 전기차 위주로 배터리를 공급해 왔다.
지난 3월 폭스바겐은 LG화학, 삼성SDI와 함께 중국 CATL을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업체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맺은 첫 대규모 계약으로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수주 규모도 2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임러 역시 4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을 기존 주력 거래처인 SK이노베이션이 아닌 CATL에 맡겼다.
CATL은 앞으로도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가 독일 에르푸르트에 건설 예정으로 있는 공장은 자동차 본고장인 유럽 시장 공략에 전진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국내 업체와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상된다. CATL은 최근 일본에도 지사를 세우고 르노닛산, 혼다 등 일본 제조사 대상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 요구 수준에 맞춘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은 CATL 정도”라면서 “중국 정부 '배터리 굴기'가 예상보다 일찍 성과를 내면서 한국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성장한 속도가 정말 무섭다”고 평가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