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세계 3위 화웨이, 한국 3위를 넘본다?

[이슈분석] 세계 3위 화웨이, 한국 3위를 넘본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삼성전자와 2위 애플 점유율은 각각 56.2%, 17.7%다. LG전자는 17.4%로 3위다.

화웨이 자급제폰 시장 진출이 기존 구도에 변화를 초래할 지 관심이다. 화웨이가 태풍을 초래할 지 혹은 미풍에 그칠 지 예단은 쉽지 않다.

화웨이 자급제폰 성공 여부는 오포·비보·원플러스 등 중국 제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가 성공하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앞다퉈 국내 시장 진출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화웨이가 우리나라 자급제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확정했다. 28일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고객이 화웨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중국 화웨이가 우리나라 자급제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확정했다. 28일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고객이 화웨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화웨이가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에 등극한 건 2013년 1분기다. 중국·유럽·동남아 등 시장에서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 5년간 삼성전자·애플과 세계 3강 구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존재감조차 없다. 화웨이가 자급제폰 시장 진출을 선택한 건 국내 시장 3위로 도약하기 위한 승부수이자, 회심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강점(Strength) : 글로벌 시장에서 축적한 스마트폰 사업 노하우

화웨이 최대 강점은 '세계 시장에서 축적한 스마트폰 사업 노하우'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점유율 1% 수준에 불과한 스마트폰 제조사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 영향력은 상당하다.

화웨이는 자급제폰 판매 비중이 30%을 상회하는 유럽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스페인, 독일, 영국, 폴란드가 주요 무대다. P20 프로는 서유럽 판매량이 전작 P10플러스보다 316% 증가했다. 일본에서는 P10 라이트로 자급제 시장을 공략, 애플 중심 시장에서 가능성을 엿봤다.

화웨이는 중국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자급제폰 판매 비중이 68%로 우리나라보다 10배가량 높다. 화웨이가 중국은 물론 글로벌시장에서 자급제폰 사업 노하우을 축적한 배경이다.

화웨이가 2014년 9월부터 약 4년간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동통신사와 대리점·판매점 중심인 독특한 유통 구조를 분석, 독자 전략을 수립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 글로벌 사업 노하우와 국내 시장 경험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밖에도 중국 스마트폰 업체로는 유일하게 직영 사후서비스(AS) 센터를 확보하고 전국 66개 공인 AS센터를 구축한 것도 경쟁력으로 손꼽힌다.

◇약점(Weakness) : 국내서 4년간 히트작 전무

화웨이가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에 4년간 7종 스마트폰을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히트작'이 전무하다는 것은 치명적 약점이다. 화웨이 스마트폰을 경험한 소비자가 적다는 것은 물론, 체험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 애플은 '아이폰 시리즈', LG전자는 'G시리즈' 등으로 구분되는 대표 스마트폰이 각인돼 있지 않다는 점도 경쟁력 약화 요인이다.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에 대한 부정 인식도 과제다. 중국 브랜드라는 이유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폰=카피캣'이라는 오명이 말끔히 씻기지 않은 까닭이다. '같은 값이면 삼성전자·애플 스마트폰을 사는 게 낫다'는 식의 브랜드 저평가는 화웨이가 극복해야 할 선결 과제다.

◇기회(Opportunity) : 국내 자급제폰 시장 형성 초기 단계

국내 자급제폰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화웨이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이통사와 삼성전자·애플·LG전자가 구축한 기존 시장에서는 빈틈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자급제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도, LG전자도 주요 플레이어가 아니다. 화웨이가 시장 주도권을 선점할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환경이다.

자급제폰이 가계통신비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며 소비자 인식 변화도 기회 요인이다. 이통사보다 저렴한 알뜰폰 유심요금제가 지속 출시되면서 자급제폰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박홍근 의원이 지난해 9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단말기 완전자급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급제 찬성'을 선택한 응답자는 55.9%로 나타났다. '자급제 반대' 응답자보다 5배 많았다. 이는 국내 소비자 자급제폰 니즈가 충분하다는 방증이다.

이외에 자급제폰 시장을 진출을 계기로 이통사 출시 체계를 유지하는 등 '투 트랙' 전략 구사가 가능, 스마트폰 판매를 늘리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통사와 협업하거나 자체 유통채널을 활용하는 등 경우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Threat) : 불안정한 스마트폰 물량 공급 계약

불안정한 스마트폰 물량 공급 계약 조건은 위기 요인이다. 제조사가 스마트폰 1대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전파인증 △TTA인증 △이통사 망 연동 테스트 등을 통과해야 한다. 제조사가 인증 과정에서 부담하는 금액은 수천만원~수억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이통사에 공급하는 초도 물량 대금으로 이를 충당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앞서 화웨이는 이통사를 통해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마다 최소 만대 단위로 물량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급제폰은 유통 채널이 다양하지만 최소 물량 공급을 보장할 수 없다. 여러 상품을 취급하는 전자상거래 업체가 단일 스마트폰을 수만대 이상 선(先)구매 하는 건 쉽지 않다. 특히 갤럭시·아이폰처럼 대기수요가 보장된 스마트폰이 아니라면 더욱이 그렇다. 화웨이도 국내 자급제폰 시장 진출을 타진하면서 이를 우려했다.

이 밖에 국내에서 애플 이외에 외산폰 성공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이 우려된다.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화웨이 스마트폰 보안 이슈도 화웨이 자급제폰 시장 안착에 부정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재필기자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