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질'과 '진상'이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 화두로 떠올랐다. '갑질'은 권력 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갑(甲)'이 열위에 있는 약자 '을(乙)'에게 하는 부당 행위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주요 언론은 최근 갑질을 한국 고유명사처럼 소개하기도 했다. 진상은 주로 손님이 점원에게 억지를 부리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단어다. 갑질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갑질이 과거보다 더 심해진 것일까. 그보다는 우리 사회 눈높이가 높아진 것으로 봐야 한다. '어떻게 요즘 시대에도 저런 행동을 하느냐'는 시각이다. 갑질은 수준 낮은 소통 문화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 사회가 합리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수준 높은 소통 문화 중요성은 연결 시대를 넘어 초연결 시대로 전환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한층 커지고 있다. 도의 문제를 넘어 기업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중요해질 것이다.
기업이 부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모든 기업이 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소비자는 굳이 특정 업체 상품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차별화가 곧 경쟁력이다.
차별화 요소는 다양하다. 경쟁사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 연구개발(R&D)을 통한 신기술, 독자 노하우 등이다. 그러나 기업 기밀 정보나 기술, 노하우를 보유한 인재가 유출됐다는 뉴스는 많지만 '문화'가 유출됐다는 소식은 없다. 그만큼 문화는 단기간 복제하기 어려운, 궁극의 차별화 요소다.

'적당히' 괜찮은 기업과 '위대한' 기업 차이는 문화다. 기술력이 같은 두 회사가 있다면 문화가 더 나은 쪽이 시장에서 승리한다. 반대로 말하면 기술력과 노하우가 아무리 뛰어나도 이에 걸맞은 문화 수준을 조성하지 못하면 차별화가 어렵다.
기업 문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부가 가치 창출에 영향을 미친다. 상품 단위에서 생각해 보자. 화학 구성이 완전히 동일한 간식을 만드는 두 업체가 있다고 가정하자. 한 업체는 갑질로 악명이 높고, 또 다른 업체는 사회 책임을 다하고 사내 문화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비자 대다수는 다소 비싼 비용을 치르더라도 후자를 택할 것이다. 좋은 기업 문화가 인재를 끌어올 수 있는 핵심 요인이다.
국가 단위에서도 문화는 차별화 요소 궁극이다. 특정 국가가 아무리 부유해도 문화 수준에 따라 적당히 잘사는 나라와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나라로 구분된다. 주변에서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이민 대상국 교육, 주거, 직장 등 문화 요소를 중요하게 파악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현대 기업은 고도로 전문화·세분화됐다. 서비스 하나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기업이 연합해서 기업군을 이룬다. 시장 경쟁 양상도 개별 기업 간 경쟁보다 기업군 간 경쟁에 가까워졌다. 이 같은 시장 상황에서 원활한 소통 문화는 기업 경쟁력 강화 요소에서 중요하다. 갑질 기업이나 진상 담당자와 거래하며 기업군을 이루고 싶어 하는 곳은 없다.
앞으로는 기업, 개인, 국가 차원에서도 수준 높은 소통 문화가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갑질과 진상이 화두가 된 배경에는 우리 시대의 변화가 있다. 한국 사회 전반이 자정 작용을 통해 초연결 시대에 걸맞은 소통 문화를 갖춰야 할 시기다.
이재석 카페24 대표 jslee@cafe24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