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뮤직차트 빌보드200(앨범)과 핫100(스트리밍) 쾌거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돌풍에 이어 세계 한류신화를 새롭게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각에서는 방탄소년단(BTS)과 싸이로 대표되는 글로벌 인기가수 특색을 토대로 새 영역에 맞는 K팝 문화를 창조해 문화콘텐츠 강국 입지를 다시 세워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들 콘텐츠가 가지는 특색과 전략을 분석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컬처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방탄소년단과 싸이를 기준으로 K팝 아이돌이 갖는 경쟁력을 분석해보고 K팝 발전 방향에 대해서 알아본다.
◇방탄소년단&싸이, '파격 속 음악적 공감메시지' 담아 K팝의 글로벌화 촉진
먼저 음악 측면을 살펴보자. 방탄소년단과 싸이는 글로벌 음악트렌드를 기준으로 파격적인 요소를 결합해 음악적인 공감과 메시지를 공히 드러낸 K팝 아티스트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싱글 '2 COOL 4 SKOOL' 타이틀곡 'No more dream'으로 등장, 짙은 힙합음악 색채 속에서 다양한 콘셉트를 녹여내면서 인기를 얻었다. 프로듀서 방시혁 지휘 아래 글로벌 인기장르인 EDM과 힙합, 록적인 요소를 자체적인 작사·곡으로 녹여내면서 특별한 장르를 이끌었다.
싸이는 2001년 타이틀곡 '새'로 데뷔, 힙합을 기반으로 한 댄스곡을 필두로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는 아티스트다. 모던록 밴드가 인기를 모았던 2000년대 초 힙합 댄스곡이라는 다소 당돌한 도전으로 등장한 이래로 8집 '4X2=8'(2017)까지 파격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신선한 반응을 얻었다. 방탄소년단과 싸이의 음악적 인기는 글로벌 인기 트렌드를 받아들인 가운데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요소를 가미해 기존 가요계에서 파격이라 불릴만한 새로운 흥의 음악을 선보였다는 데 있다.
음악적인 인기는 이후 가요계 구성원에게 다양한 깨우침을 전해 K팝 아이돌의 글로벌화를 촉진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글로벌 장르의 적극적인 차용, 싱어송라이터 아이돌 대두 등이 대표 사례다. 사실 글로벌 트렌드 차용은 이전부터 계속 이어져 온 가요계 노력이지만, 방탄소년단과 싸이의 글로벌 히트를 기점으로 더욱 가속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인기 장르로 불리는 트랩이나 트로피컬, 퓨처베이스, 레트로, 시티팝과 같은 장르가 국내 가요계에서도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은 독자적이라고 치부될만큼 국제적 인지도와는 다른 패턴을 보이던 국내 가요장르가 글로벌 기준과 속도를 맞춤으로써 국내외적으로 적응력을 높여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싱어송라이터 아이돌 대두도 마찬가지다. 기존까지는 유명 작사·작곡가와 프로듀서 이름이 아티스트의 성패를 전적으로 좌우했던 국내 가요계에서 싱어송 라이팅은 단순히 아티스트로서 매력을 끌어올리는 하나의 소소한 특징 정도에 불과했다. 데뷔한 지 오래된 가수라 하더라도 단순히 '보컬매력' 이외에는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펼치지 못했으며, 적합한 곡을 받지 못하면 자신의 특색에 맞는 음악을 이어갈 수 없을뿐더러 인기도 면에서도 그 수준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하지만 싸이와 방탄소년단을 기점으로 가요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슈퍼주니어·엑소·비투비·빅스·인피니트 등 선배 아이돌은 물론 워너원·세븐틴·몬스타엑스·갓세븐·펜타곤 등 후배 아이돌까지 멤버 스스로 작사·곡 참여한 곡들을 타이틀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가요계 경향은 단순히 프로듀서나 음악 저작권자의 취향에 따라 만들어진 음악으로 좌우되던 가요계 흥행을 아티스트 본연의 성향에 가깝게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냈으며, 장기적으로 K팝의 지속적인 유행과 오래도록 사랑받는 글로벌 아티스트의 출현을 이끌어낼 토대를 조성하고 있다.
요컨대 방탄소년단과 싸이를 기점으로 변화한 K팝아이돌은 글로벌 트렌드의 적극적인 수용을 넘어, 개성적으로 소화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할 수 있는 자체적인 능력을 보유하게 되면서 지속적인 K팝 유행을 기대할만한 경쟁력을 드러내고 있다.
◇싸이·방탄소년단표 퍼포먼스, 주목도 높은 K팝 퍼포먼스 완성시키다
퍼포먼스 측면은 90년대 후반 힙합 크루 활약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권역에 한정됐다. K팝 퍼포먼스의 실질적인 세계화를 촉진한 것은 싸이와 함께 다양한 인기아이돌 공이 크며, 방탄소년단에 이르러 완성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싸이는 2012년 싸이 6집 '싸이6甲 Part 1'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을 통해 90년대 유행하던 말춤을 EDM코드에 맞게 역동적으로 변환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는 레이디가가·브리트니 스피어스·비욘세·마이클잭슨 등 글로벌 대중에게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아티스트와 마찬가지로 싸이의 입지를 끌어올렸으며, 기존까지 아시아권역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던 K팝과 퍼포먼스들을 세계적인 관심거리로 만들었다. 샤이니와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의 대표적인 인기 아이돌이 해외콘서트와 현지방송을 토대로 매력적인 모습을 음악과 퍼포먼스 형태로 전한데 이어,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채를 내세운 방탄소년단에 이르러 K팝아이돌 본연의 화려하고 파워풀한 퍼포먼스 매력을 전해 K팝 한류 전기를 이뤘다.
퍼포먼스 측면에서의 K팝 발전도는 싸이는 물론 다양한 K팝 아이돌 활약을 중심으로 시작돼 방탄소년단에서 정점을 달성하는 가운데, SM·YG·JYP·빅히트 등 연예기획사는 물론 야마앤핫칙스 등 댄스팀, 심지어 아티스트 스스로도 기본기 연마는 물론 세계 각 지역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화려하면서도 매력적인 퍼포먼스를 개발해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아이돌 계통에서 제대로 드러나고 있다. 앞서 음악적 특색에서 언급된 다양한 보이그룹뿐만 아니라 트와이스, 레드벨벳, 러블리즈, 모모랜드, 우주소녀, 구구단 등 다양한 걸그룹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K팝아이돌들은 저마다의 음악적인 색채를 정립하는 노력과 함께 이를 퍼포먼스로도 풀어내려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정서적 공감 통한 인기' 싸이&방탄소년단, K팝계에 '공감' 과제를 전하다
앞서 보듯 음악적인 측면과 퍼포먼스 영역은 최근 K팝 가요계의 지속적인 주목을 받으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만으로는 K팝 한류의 전성기를 이끄는 데는 상당히 부족한 모습이다. 실제 K팝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역량이나 퍼포먼스는 200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거의 완성체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아이돌 특유의 비주얼매력과 패션 등은 대중의 1차원적 호감도를 끌어올리며 공감을 쌓는 첫 단추를 꿰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진척도를 넘어 글로벌 공감 뮤지션으로 거듭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실질적으로 대형기획사는 물론 정부공공기관까지 나서 문화콘텐츠 수출을 꾀하지만 입지가 공고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상황이다. 해외 진출 K팝 아이돌이 단기적인 성공을 거두고는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수요 창출과 국내 수요 양립에 있어서는 상당수 어려움을 겪곤 한다. 빌보드와 국내를 모두 아우르는 방탄소년단과 싸이 관심은 대중만큼이나 가요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 특유의 '공감'매력은 선후배 아티스트나 업계를 막론하고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싸이 음악은 소위 '엽기'라 불릴 만큼 파격적인 모습의 '흥'을 토대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그가 보인 '흥'의 정서는 글로벌 음악트렌드인 EDM과 맞물리면서 글로벌 대중의 감정을 이끌어내, 한글이나 싸이 음악을 잘 모르더라도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며 그 파급력을 높여갔다.
방탄소년단은 좀 다른 방식으로 공감을 얻어냈다. 이름 자체부터 '1020세대에게 쏟아지는 편견과 억압을 막고, 자신들의 음악적 가치를 지켜낸다'는 의미를 표현한 이들은 자신의 음악적 색채와 퍼포먼스로 시선을 모음과 동시에, 음악 속에 담겨있는 저항적인 가치로 글로벌 청년층이 가진 가치를 일깨워내면서 하나의 정서적인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들 인기는 단순한 퍼포먼스나 음악성을 넘어 본능적인 흥 또는 글로벌 대중이 공유하는 저항정신 등 공감적인 코드를 일궈낸 데서 발견할 수 있다. 단순히 해외 진출이나 해외 아티스트 영입만으로 현지의 깊은 정서를 알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 인간의 근본적인 딜레마를 아우르는 음악과 퍼포먼스 등으로 마음까지 사로잡았다는 것에서 특이점을 찾을 수 있다.
이런 특이점을 토대로 K팝 분야 관계자들의 노력은 온·오프라인을 망라해 이어지고 있다. 일련의 글로벌 아이돌들의 지속적인 해외투어는 물론, SXSW 등 다양한 글로벌 뮤직마켓 진출을 유도중인 한국콘텐츠진흥원, 중남미와 베트남지역 진출을 목표하고 현지 업계와 전략적 제휴를 선언한 SM을 비롯한 기획사, KCON 등 통합플랫폼으로 음악과 문화적 정서교류를 추진하는 CJ E&M, 소셜 기반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음악 문화적 공감대를 조성하고 있는 카카오M 등은 단순히 아티스트의 활약을 넘어서 현지의 정서를 이해하며 글로벌 영역을 아우르겠다는 자세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K팝 글로벌 트렌드 가치, 아티스트 역량강화 및 문화플랫폼화로 지속 추진해야
지금까지 방탄소년단과 싸이를 토대로 볼 수 있는 K팝의 다양한 발전도와 함께, 이들의 발전가능성과 그 노력들을 살펴봤다. 이런 노력들이 거듭되고 역량 있는 K팝 아티스트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K팝한류의 글로벌 트렌드화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내부 과제가 몇 개 있다. 먼저 아티스트 양성 구조에 따른 딜레마 해결이다. 학내 서열 이상으로 분명한 연습생 순위 서열을 토대로 만들어진 아티스트 양성 구조는 기술적으로는 훌륭할지 모르나, 정서적인 공감 측면에서는 절대 뛰어날 수 없다.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아티스트를 선발해내는 것이 업적인 일이겠으나, 기본적으로 일반인 범주 밖에 있는 아티스트들에게 공감코드를 찾아내도록 유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딜레마 해결은 국내뿐만 아니라 K팝 한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본적인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또 하나는 아티스트의 자생적 요소 개발이다. 사실 다수의 아이돌은 단순히 배우고 연습한대로 그대로 나서는 경우가 많고, 소위 '인기스타' 전까지 유명작곡가나 프로듀서의 곡을 그대로 받아 무대를 꾸미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이 지속되다보면 공감코드를 느낀다 해도 자체적으로 무대를 꾸미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요즘 아이돌은 작사·작곡·편곡 등 음악적 측면과 퍼포먼스 측면까지 다재다능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는 K팝 기반 문화 플랫폼화 추구다. K팝 아티스트 하나만의 노력으로는 정서적인 공감이나 글로벌화를 추진하기도 어렵고, 유지 기간도 길지 않다. 이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K팝을 필두로 한 음악인재 양성시스템 현지화와 함께 음식· MCN 등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된 플랫폼 진출로 공고화해야한다. K팝 한류의 글로벌 추세화는 내부적으로 아티스트 선발과 역량개발을 기본으로 음악과 퍼포먼스, 공감을 모토로 하는 아티스트 역량과 함께 다각적인 노력이 뒤따라야할 것으로 본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