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10일 싱가포르로 향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날 아침 평양에 도착한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소속 중국 고위급 전용기가 평양 공항에서 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기 경로 추적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다24에 따르면, 에어차이나 CA122편은 이날 오전 8시 30분(북한시간 기준)께 평양 공항을 출발했으며, 목적지는 베이징으로 표시됐다.
이 항공기는 그러나 베이징에 인접해 갑자기 CA61로 편명을 변경한 뒤 지난 9일 싱가포르로 갔던 CA60과 똑같은 항로로 기수를 향했다.
이 항공기는 이날 오전 4시 18분(중국시간 기준)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출발해 이날 오전 6시 20분(북한시간 기준)께 평양에 도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측이 이 항공기의 항로 노출을 우려해 베이징행으로 알렸다가 갑자기 편명을 바꾸는 방법으로 연막 작전을 편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CA61편은 목적지가 싱가포르 창이공항으로 표시돼 있다.
이 항공기는 현재 편명은 'CA122→CA61'로 바뀌었지만, 항공기 고유 번호는 '25883' 그대로 인 것으로 확인됐다.
운항 중인 항공기가 도중에 관제 콜사인인 항공편명을 바꾸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북한 측이 김 위원장의 안전 등의 이유로 이동 경로가 공개되는 것을 우려해 내놓은 조치로 보인다.
지난 6일 운항을 재개한 에어차이나의 '베이징-평양' 노선 정기편은 매주 월, 수, 금요일 3회 운항하는 것으로 미뤄 이날 운항한 CA121편과 CA122편은 북한이 이번 북미회담을 위해 중국 측으로부터 임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항공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북한 수행단이 10일 싱가포르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미뤄 김 위원장이 탑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외무부는 10일 성명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10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플라이트레이다24에는 이 항공기 외에 다른 북한 국적기의 운항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는 '참매 1호'는 1995년 단종된 노후기종으로, 플라이트레이다24 측 레이다에 수신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 정부 전용기는 항공기 경로 추적사이트를 피해 운항하는 경우가 많아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행 여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이다.
만약 김 위원장이 CA122편에 탑승했거나 비슷한 시간에 출발했다면 이날 저녁 늦게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전용기인 '참매 1호'를 이용해 싱가포르로 향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지만, 수행단의 동행과 북한 측이 필요한 화물 운송을 위해서는 추가 항공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은 첫 장거리 운항에 나서는 김 위원장의 안전과 수행단의 편의를 위해 중국으로부터 항공기를 임차한 것으로 보인다.
참매 1호는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을 개조한 것으로 제원상 비행 거리가 1만㎞에 달해 4천700㎞ 거리인 싱가포르까지 재급유 없이 비행할 수 있다.
다만, 이 비행기가 1995년 단종된 노후기종이며 비행 중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중화권 매체들은 북한이 중국 항공기를 임차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행 여부는 북한과 싱가포르 측의 공식 발표 전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특히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 1호 등은 항로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동선 노출을 꺼리는 북한이 중국과 협조해 CA122편을 아침 일찍 운항하면서 시선을 끈 것일 수도 있다"며 "싱가포르 정부의 공식 발표대로 김 위원장이 10일 오후 도착하려면 오전 중에는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