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이 한국과 일본 기업이 납품하던 핵심 광학 부품(모듈)을 애플 신형 아이폰에 공급한다. 중국 업체가 기술 난도가 높은 광학 부품까지 글로벌 기업에 공급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부품·소재 산업에까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중국 기세에 국내 업계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더욱이 일부 분야에서 반짝 성장세를 보인 국내 부품업계는 중국의 빠른 추격에 제대로 정착해보지도 못하고 밀려나는 상황이다.
한국 산업계가 중국을 시장으로만 보던 때가 있었다. 중국을 하청 제조기지로 생각한 때도 있었다. 이젠 모든 게 바뀌고 있다. 사실 중국의 한국 산업 추월은 이미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많은 분야에서 중국 기술이 한국 첨단 기술을 뛰어넘고 있다. 한국 부품 산업은 일본 벤치마킹과 이후 경쟁 과정을 거치는 등 어렵게 성장했다. 일본은 지난 수십년 동안 세계 부품 산업을 석권하면서 뿌리를 확고히 내렸다. 한국 부품 산업은 조금씩 일본을 앞지르는 분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한국 추월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과 일본을 뛰어넘는 세계 1등 품목이 하나둘 늘고 있다.
한국이 부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간은 너무 짧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 유력 언론은 한국산 부품이 일본 부품 입지를 흔들고 있다는 기사를 실으며 자국 산업계에 경각심을 줬다. 그러나 불과 1~2년 만에 일본 부품업계 경쟁자는 한국이 아닌 중국으로 바뀌었다.
일본을 넘지도 못했고 중국이 턱밑까지 쫒아왔지만 그럼에도 아직 우리에겐 기회가 남아 있다. 두려운 것은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어느 순간부터 부품 경쟁력 하락에 무감각해졌다는 것이다. 2019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산업 부문 예산 요구 증가폭이 크게 낮아졌다. 부품 소재 분야 예산 증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품 소재 분야가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검증됐다. 과거 정부가 끊임없이 부품소재 정책을 강화한 이유다.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 부품 산업의 한국 추월'을 당연시하는 것이다. 포기할 것이 아니라 지킬 수 있는 만큼은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