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고용과 교육, 산업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다. 예산정책처 역시 이를 대비해 7500여가지 국가 재정 사업 중 핵심인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예산 등을 중점적으로 분석해 국회를 지원한다.”
김춘순 국회예산정책처장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을 어떻게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이끌어 가야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예산정책처는 국회의 입법, 예산 심의를 지원한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52개 정부부처와 소속 기관 등의 국가 결산 및 예산안을 분석하고, 국회 예산특별결산위원회에 보고한다. 예결특위는 이 보고를 바탕으로 국가예산을 심의·확정한다. 국가의 재정을 전망하고 조세도 분석한다. 거시경제 분석과 전망, 국회 입법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도 추계한다. 최근에는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정부 정책 또는 사업 예산의 생산성 제고와 이와 관련한 의원 및 정부 입법안도 면밀히 검토한다.
국가의 재정 전문기관으로, 예산정책처의 분석보고서는 신뢰도가 높다. 그렇다보니 김 처장은 자신을 포함한 예산정책처 임직원을 '기술자'라고 부른다. 국가의 예산, 즉 정책과 사업을 분석하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라는 것이다.
직원들은 각 예산에 담긴 정책을 해부하고 숨어있는 가치를 찾아내 국회에 전달해야 하는 임무를 갖는다. 김 처장은 “정부안이든 의원안이든 법안과 예산안을 면밀히 검토 분석해 국회가 판단하는데 기초자료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부처, 정당과 달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성도 지켜야 한다. 국회에는 300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존재하고 있다.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분석을 제시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김 처장은 중립성은 중간이 아니라 “균형”이라 강조한다. 전문적 분석을 통해 정도를 걷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 강조했다.
그는 “각종 국가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을 분석하다보면 사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중립성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30여 년간 예산과 씨름하며 살아왔지만, 생산성과 중립성, 두 마리 토끼를 다잡기는 참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10년 단위 국가 재정전망을 통해 2027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2.6%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산정책처가 10년 단위 재정전망을 실시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5년 또는 40년 재정전망만 실시했다. 그는 “5년 전망은 시계가 짧아 재정효과를 모두 보여주기 어렵고, 40년 전망은 기간이 너무 길어 오차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10년 단위 전망은 소위 '기준선 전망(baseline projection)'이다. 현재의 법과 제도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하고 10년간의 재정지출과 재정수입, 재정수지, 국가채무의 전망치를 보여준다.
김 처장은 “전망 자체도 의의가 있지만, 복지제도나 조세제도, 주요 재정사업의 변화 등 정책이 변동하면 그것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할 수 있게 해주는 의의도 있다”고 부연했다.
조세 정책에 대해선 비과세·감면 정비와 과세 사각지대 해소 등 과세기반 확대가 우선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소득분배 악화가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 고소득층 및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세수확대형 세법개정안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은 성장잠재력과 인구구조, 사회적 격차, 통일 대비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중장기 조세정책 여건을 감안할 때, 서민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조세지원을 유지하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조세부담 수준과 조세구조의 적정화, 조세지원의 효율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국가 재정, 이론과 실제'를 언급하며 선진국의 원조가 재정수입의 대부분이던 1950~1960년대는 재정을 '어디에 쓸 것인가', 즉 분배에 초점을 두었다면, 현재는 '어디서 걷어서 어디에 지출해야 하는가'라는 보다 복잡한 의사결정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재정지출을 결정하는 행위자의 재정에 대한 철학과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지역과 계층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정부부처 공직자도 부처 이익에 앞서 공익과 국익을 상위 개념에 놓고 사업을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