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에 문을 연 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생산업체 폭스콘(훙하이)이 설립 30주년을 맞아 인공지능(AI) 플랫폼 투자 등 새로운 성장전략을 찾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폭스콘은 지난주 궈타이밍 회장은 약 100여명의 직원들을 불러 생일파티를 열었다. 그날 모인 직원들은 폭스콘 설립일과 생일이 같은 사람들이었다.
폭스콘은 1988년 6월 6일 중국에서 첫 공장의 문을 열었다. 대만에 본사를 둔 폭스콘은 그동안 중국에 6개의 공장을 설립했고, 중국 내 민간기업으로 최대인 100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애플, 휴렛팩커드(HP)같은 브랜드의 PC, 스마트폰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폭스콘이 그동안 벌어들인 외화만 2337억달러로 중국 전체 외환보유고의 7.6%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중국의 연간 수출의 4%를 담당한다.
폭스콘은 8년 전 중국 선전 공장에서 11명의 직원이 과도한 업무량 등을 이유로 잇달아 자살한 후 엄청난 사회적 비난에 시달렸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이 사고 이후 폭스콘은 저임금과 과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주 미국 뉴욕 소재의 비영리단체인 '중국노동감시'는 폭스콘의 중국 후난성 헝양에 위치한 공장의 가혹한 노동환경을 고발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아마존의 에코닷 스피커를 생산하는 이 공장 직원들은 노동법을 위한 저임금과 초과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콘은 “모든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직원에 대한 임금 인상과 법률 위반 사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문제는 '양날의 검'과 같다고 SCMP는 지적했다.
임금이 오르면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상승해 경제 성장을 주도하지만, 한편으로 중국 기업의 임금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자동화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초 폭스콘 궈타이밍 회장은 제조회사가 아닌 AI 플랫폼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향후 5년간 최소 3억4200만달러를 투자해 인재를 영입하고, AI 애플리케이션을 모든 제조현장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로봇 및 자동화 응용 기술 개발을 위해 AI 기술 기반 얼굴 인식 솔루션 스타트업인 '메그비'와 제휴했다. 또 자율주행과 암 치료와 같은 분야에 연구개발(R&D)에도 자금을 투자했다.
폭스콘은 위탁생산업체이기 때문에 혁신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위탁 계약을 맺는 주문 고객과 경쟁하는 사업보다는 보완하는 사업을 해야 하고, 따라서 산업용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을 혁신할 수 있는 AI와 로봇 등에 집중하고 있다.
폭스콘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미국과 중국에서도 이어진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애플, HP,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 시스코 4개 미국회사가 폭스콘의 2017년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또 제품 제조에는 미국의 반도체(칩)와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회사의 우려 요인이 됐다.
폭스콘은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의 하나로 중국 공장 의존을 줄이고, 지난해 미국 위스콘신과 미시간주에 대한 수십억달러 규모의 공장과 R&D 투자 사업을 발표했다.
궈타이밍 회장은 “미국이나 중국 어느 쪽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양국 간의 투자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