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 현안 해법의 자리 '소재부품 테크위크'

명불허전이었다. 18일 개막한 '제1회 소재부품 테크위크' 이야기다. 콘퍼런스 내용도 화려했지만 무엇보다 현장 목소리가 가감 없이 논의됐다. 국내 소재부품 산업 육성 정책 제안도 쏟아졌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 학회장은 세계 수준의 반도체 장비재료 테스트베드(평가 팹)를 제안했다. 정체된 반도체 분야 국산화를 위해서는 실제 공정 환경과 같은 모의 시험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 발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장비 업체 가운데 96%, 소재부품업체 88%가 평가 팹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소재부품 분야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이다.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부터 무인으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자동차, 무엇이든 만드는 3D프린터까지 4차 산업을 주도하는 첨단 제품은 모두 소재부품 경쟁력에서 나온다. 소재부품 강국으로 불리는 일본이 세계 경쟁력을 갖추는 비결이다. 일본은 이미 기술 자립을 모토로 2001년 '부품소재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2016년 수출 1000억달러를 넘어 전체 수출의 50%를 넘을 정도로 비약 발전했다. 중국도 정부 전폭 지원에 힘입어 우리를 바짝 뒤쫓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갈 길이 너무 멀다. 일반 소재부품은 물론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신기술 기본 시험설비인 평가 팹이 대표 사례다. 학회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반도체 소재부품 업체 가운데 75%가 자체 평가 팹이 없다고 응답했다. 장비 업체 71%가 있다고 답했지만 65%는 주력 라인인 12인치 웨이퍼 평가 설비가 없다고 응답했다. 결국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지고 대기업과 거래가 없다면 평가 장벽을 넘지 못해 사장되는 기술이 많을 수밖에 없게 된다.

올해 첫 회지만 소재부품 테크위크가 주목 받는 배경이다.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 기술도 소개되지만 이렇듯 산업 현안을 위한 해법이 제시됨으로써 의미를 더했다. 18일 개막한 소재부품 테크위크는 20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서울 포스코P&S타워에서 현장 목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