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규제 대상된 암호화폐 게임, 청소년 이용자 포기 '가닥'

플레로게임즈가 암호화폐를 적용한 게임 '유나의 옷장' 재심의를 신청한다. 기존 전체이용가 등급을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상향해 게임물관리위원회 판단을 기다린다. 주 이용자층인 청소년을 사실상 포기하는 조치다. 향후 암호화폐 적용 게임 기획, 제작, 출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플레로게임즈는 이번 주 모바일게임 유나의 옷장 이용등급을 올려 게임위에 재심의를 맡길 계획이다.

앞서 게임위는 지난 7일 유나의 옷장에 적용한 암호화폐 픽시코인이 사행성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등급재분류 결정을 내렸다. 플레로게임즈는 25일까지 게임위에 후속조치를 알려야 한다.

유나의 옷장 이용자는 게임 내 디자이너 콘텐츠를 통해 의상을 직접 만들고 수량을 조절해 팔 수 있다.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 게임 재화 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로도 보상을 받게 허용했다.

픽시코인은 유나의 옷장을 만든 중국 게임사가 발행한 암호화폐로 국내외 거래소에서 현금화 할 수 있다.

게임위는 암호화폐 뿐 아니라 디자이너 콘텐츠 자체가 아이템거래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플레로게임즈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위 기준에 따르면 아이템거래를 모사한 콘텐츠는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이다.

플레로게임즈 관계자는 “최종 결론은 내지 못했다”면서도 “게임 핵심콘텐츠인 디자이너를 포기할 수도 없고 규제기관인 게임위 판단을 거스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임위가 의도한 대로 청소년이용불가로 등급을 상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나의 옷장은 중국과 한국 두 곳에서 서비스 중이다. 20대 여성에 이어 10대 청소년이 많이 이용한다. 유나의 옷장 중국 서비스 역시 암호화폐를 적용했지만 현지 당국 규제 없이 정상 서비스 중이다.

게임업계는 이번 결정이 예상된 것이라는데 공감하면서도 게임위 결정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게임위 내부에서도 이번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실무진, 위원 간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부작용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 규제를 한다는 것은 콘텐츠와 암호화폐가 낼 수 있는 시너지를 미리 차단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규제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이주희 두나미스컨설팅그룹 대표는 “암호화폐 픽시코인은 현행법와 규제의 원칙에 맞춰 게임 내에서만 사용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디자이너 콘텐츠는 아이템거래에 사용하는 게임 결과물이라기 보다 '게이머의 창작물'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와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유나의 옷장
유나의 옷장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