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충격적”…일자리 대책 방향은.'
최근 한 공중파 방송 뉴스 제목이다. 발단은 지난달 취업자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만2000명 느는데 그쳤다는 통계청 발표 '5월 고용동향'이었다. 올 1월엔 33만4000명까지 증가해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2월부터 10만명대로 주저앉았다가 급기야 지난달 10만명이 무너진 것이다.
제조업 7만9000명을 비롯해 도·소매업 5만9000명, 숙박·음식점 4만3000명, 교육서비스업 9만8000명이 각각 줄었다. 고용 형태별로는 임시 또는 일용 노동자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그나마 공공 부문에서 고용 22만4000명이 창출돼 감소폭을 줄이고 상용직은 늘었다는 것이 위안거리다.
정부가 내놓은 진단도 도마에 올랐다. 인구 구조 변동이나 경기 요인은 예측된 것이고 제조업 고용 부진, 중국인 관광객 감소, 도·소매업 과당 경쟁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건설업 고용 부진을 언급하면서 통계 조사 시기에 집중호우가 있었다는 설명으로 구설수마저 불렀다.
이날 열린 긴급 경제 현안 간담회와 후속 조치를 보면서 우려되는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정부 진단과 대책이 너무 성급한 것으로 여겨진다. 원인과 한계를 모르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시 한 번 곰곰이 따져 봐야 할 시점이다.
첫째 일자리 부진의 근본 원인이다. 미국 몇몇 학자가 경제지표 가운데 노동생산성,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 민간고용, 중위가계소득을 골라 1950년부터 움직임을 분석했다. 1980년 초반까지 이들 네 개 지표는 거의 완벽하게 서로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동조 관계는 1980년대 들어와 깨진다.
먼저 민간고용과 중위가계소득이 나머지 두 지표에서 분리돼 점점 간극이 벌어진다. 1990년이 되자 중위가계소득이 민간고용에서 다시 떨어져 나와 정체되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2000년 즈음이 되자 생산-고용-소득이라는 동조 고리가 분해된다.
정부가 정책 효과 한계를 염두에 두고 일자리 문제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거대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에 손쉬운 대책은 통하기 어렵다.
둘째 청년 일자리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청년실업이 문제로 등장하면 이들 눈높이에서 쉬운 이유를 찾는다. 좋은 중소기업 일자리가 많지만 청년은 대기업이 주는 글래머러스한 이미지에 반해서 정작 이런 좋은 일자리를 외면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실인 측면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학자들 반론도 많다.
이 정부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실상 그 반대다. 이제껏 여러 정부에서 이런 핑계를 찾았다면 이번 정부만큼은 '눈높이 낮추기' 같은 손쉬운 대책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셋째 미래도 함께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미래 일자리는 지금과 다르다. 실상 참여정부 때부터 숙련편향성 기술 진보로 고심했지만 이 정부가 마주할 4차 산업혁명은 격이 다르다.
과거 공장 자동화가 일자리를 대체했지만 결국 기계나 설비를 통해 노동 가치는 높아졌다. 이런 증강 과정은 4차 산업혁명에서 생략된다. 공장이 돌아가고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와 가계소득이 동반 성장한다는 상식은 깨진다. 디커플링이라는 비정상이 정상으로 되는 세상이 됐다.
결국 문제는 바뀐 세상에서 시작됐고, 정책을 차분히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도 이 탓이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하루아침에 뚝딱 나올 대안과 해결책이 있겠는가. 기업도 산업도 정책도 맞추고 조정할 절대 시간이 필요하다. 바뀐 세상의 키워드를 먼저 찾아야 하고, 대안 찾기도 거기서 시작해야 한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