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과 알뜰폰 지원을 동시 추진하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시장 실패를 전제로 정부가 개입해서 이동통신 요금을 인하하려는 것이다. 대체로 요금이 약 1만원 내리는 효과가 예상된다. 정권마다 통신비 인하에 골몰했지만 이보다 강한 정부 개입은 없었다. 단검을 휘두르던 정부가 장검을 꺼내 든 셈이다.
의문은 정부가 단검과 장검을 동시에 휘둘러도 되느냐는 것이다. 단검이란 다름 아닌 알뜰폰이다. 정부는 알뜰폰을 요긴하게 활용했다. 미꾸라지를 투입해서 어항 속을 헤집는 효과를 거뒀다.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작지 않았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통신비 인하 목적은 단번에 달성되고 알뜰폰은 필요성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강제로 요금을 내린 이상 경쟁을 자극해서 요금을 추가로 내리자는 명분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냥 두면 알뜰폰 생존이 어려워지는 만큼 정부는 보편요금제도 도입하고 알뜰폰도 지원하겠다고 한다. 물론 부담은 온전히 이통사 몫이다. 가혹한 정책이 아닌가 한다. 이통사에 이중고를 지워도 괜찮은 것인가.
장검으로 깊은 상처를 낸 뒤 단검으로 다시 한 번 찌르는 것은 아무리 봐도 심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다시 말해서 보편요금제와 알뜰폰 추가 지원은 양립하기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런 의미에서 보편요금제법이 국회에 제출된 시점에 알뜰폰 지원을 논의하는 게 과연 가능한지 의심스럽다. 보편요금제가 국회를 통과했는데도 알뜰폰을 지원하는 것은 중소 사업자가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이통사에 희생을 재차 강요하는 게 아니고 무엇일까.
알뜰폰 지원 전제 조건은 보편요금제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야 네 번째 이통사 역할을 알뜰폰에 맡길 명분이 생긴다. 보편요금제도 도입하고 알뜰폰도 지원하겠다는 건 지나친 욕심으로 보인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