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불합리한 시중은행 금리산정 체계에 칼 댄다

# A은행은 고객의 연소득이 있음에도 소득이 없거나 제출된 자료에 나타난 소득보다 작다고 과소 입력(부채비율이 정상 입력된 경우보다 매우 높은 수준)해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수취한 사례가 발견됐다.

# B은행의 일부 영업점에서는 대출자가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전산 입력해 가산금리를 높게 부과했다.

금융당국이 일부 은행의 불합리한 금리산정 체계에 칼을 댔다.

따라서 앞으로 은행은 소비자에게 대출금리 산정 내역을 소비자에게 보다 자세히 제공해야 한다. 또 부당하게 높은 이자로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경우 얻은 이익을 환급해야 한다.

21일 금융감독원은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결과(잠정) 및 향후 감독방향'을 발표했다.

최근 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가 2014년 1.44%에서 지난해 1.90%로 0.46%포인트(P) 확대되는 과정에서 코픽스 금리 산정 오류 및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중복 산정해 올렸다가 이를 수정하는 사례 등이 발생하면서 금리산정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올해 2~3월 중 신한·KB국민 등 시중은행 6곳과 NH농협은행, 기업은행, 부산은행 등 총 9곳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

금감원이 발표한 점검결과에 따르면 이들 은행 중 일부는 신용프리미엄을 주기적으로 산정하지 않고 고정 값을 적용하거나 금리인하요구권에 따라 금리를 인하하면서 기존에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의 사례가 적발됐다. 또 고객 소득정보를 과소 입력해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수취하기도 했다. 영업점 직원이 전산으로 산정된 금리가 아닌 최고금리를 적용했거나 담보 제공에도 높은 이자를 수취하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은행의 금리산정 내역을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대출 약정 시 은행 영업점에서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금융소비자가 제공하도록 했다. 또 가·감 조정금리를 별도 구분해 공시하도록 해 조정금리에 따라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명확히 하도록 했다.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부과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 사례에 대해서는 은행이 자체조사 후 환급 등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금리상승기에 취약 가계나 영세기업의 신용위험이 과도하게 평가돼 불공정하게 차별받는 사례 포착 시 즉시 현장점검도 실시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운용내역이 불투명한 우대금리에 대해서는 고객에게 상세명세서 제공 등을 통해 충분히 적용 사유를 설명하고 변경 적용에 대한 기록·관리도 강화하는 방안 마련할 것”이라며 “금융위원회·금감원·금융연구원·은행권 공동 테스크포스(TF)에서 개별은행의 특성 및 자율성도 함께 보장될 수 있도록 보완방안을 충분히 논의한 후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