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운기·쇠고기 대신 금융IT 유통하는 농협...한국API 메카 부상

경운기·쇠고기 대신 금융IT 유통하는 농협...한국API 메카 부상

57년 동안 농업 금융기관으로 자리를 지켜 온 농협이 금융IT를 유통하는 국내 최대 IT뱅크로 떠올랐다.

경운기 등 기계 관련 대출과 쌀, 육류 가공 물동량을 조절하던 전통 금융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내 최다 API 유통사로 거듭났다.

금융IT가 집적된 API로 플랫폼형뱅킹(BaaP) 시대를 열었다. BaaP는 은행 IT가 제3자 플랫폼이 되는 협업 모델을 말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 API 실적이 국내 모든 은행 API 거래 금액과 건수 총량을 압도했다.

본지가 입수한 농협은행 오픈플랫폼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API 누적 거래 금액(5월 말 기준)이 74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3% 늘었다. 거래 건수도 121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0% 증가했다. 국내 모든 은행 API 실적을 합친 것보다 많다.

월 기준 거래금액도 2000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농협은행 API 거래 금액은 1998억원(전년 대비 733.1% 증가), 거래 건수는 28만8942건(전년 대비 170.4% 증가)을 기록했다. 다만 API 수수료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API를 이용하고 있는 기업도 49개에 달했다. 결제·송금 분야는 SK플래닛, 페이게이트 등이 API를 이용하고 있다. P2P 금융 분야는 8퍼센트, 비욘드펀드 등이 서비스하고 있다.

자산 관리와 본인 인증 부문에서는 한국정보통신, 인포뱅크, 공공기관의 경우 경기도와 인천대 등이 농협 API를 활용했다. 농협이 외부로 공개한 API 사례만 현재 130건이다.

API는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법(GDPR)과 지급결제서비스지침(PSD)2 발효 대안으로 떠올랐다. PSD2 핵심은 고객이 동의하면 은행은 타 산업군(서드파티)에 금융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사는 앞으로 표준화된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즉 API로 금융 정보를 공개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금융권에서 API 시장 선점 작업이 치열한 이유다.

이미 API 수와 거래량 등에서 농협은행이 타 은행을 압도하면서 API 보안 프로세스 표준화를 농협 모델로 차용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은행이 개별 공급하는 API를 이용 기업이 패키지로 활용하게 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서는 별도 보안 프로세스가 마련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농협이 유일하게 보안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상태다.

성과를 바탕으로 농협은 신 디지털 전략 'ACIO'를 추진하고 있다.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다. 우선 금융 부문을 넘어 산업별 맞춤형 API 발굴 작업을 추진한다. 활용 분야를 대폭 늘린다는 복안이다. 또 대형 IT 플랫폼사와 전방위 API 동맹 체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 일상에 녹아 있는 국내 최초 임베디드 뱅킹이 목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같은 IT대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API 선점이 새로운 경쟁자 대항마가 될 것”이라면서 “유망 스타트업과 협업 체계를 구축, 다양하고 파괴력 강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표]농협 API현황

(월 기준)

[표]농협 API 이용 기업 현황

경운기·쇠고기 대신 금융IT 유통하는 농협...한국API 메카 부상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