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연례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세계 인구 67% 이상이 도시에 집중될 것이며, 대도시 중심 경제 성장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대화된 도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효율화한 도시 관리 메커니즘' 도입이 요구되고 있다. IDC 등 세계 컨설팅 기관들은 이를 해결할 현실 대안으로 '데이터중심도시'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센서 네트워크에는 무궁무진한 고부가 가치 데이터가 무한정 축적되고 있으며, 아이폰 출현으로 촉발된 모바일 컴퓨팅 경쟁은 개인 장치를 통한 방대한 데이터의 실시간 생성과 저장을 실현하고 있다.
이에 반해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데이터 기반 기술의 혁신 발전은 '데이터 저장·처리·활용 비용'을 급감시키고 있다.
데이터 중심도시는 도시 곳곳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다. 도시 관리 주체가 데이터 기반 기술을 활용해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민 생활 수준과 도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도시다. 점점 비대화되는 도시에 데이터 기반의 관리 체계 효율화를 통한 '도시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궁극의 목표로 한다.
각국 선진 도시들도 데이터 중심도시 개념을 도입, 도시정책 결정부터 실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도시 데이터 활용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은 2009년에 이미 도시 데이터 분석센터(MODA)를 구축하고 도시 전역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 다양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대표 서비스가 '미드타운 인 모션(MiM)'이다. 뉴욕은 이를 통해 혼잡시간대 교통량을 10% 이상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교통 혼잡 문제 해결과 관련해 호주 시드니의 교통통제시스템 'SCATS'도 빼놓을 수 없다. 차량의 이동과 밀도를 대용량으로 수집해 지역 교통관제센터로 전송하고,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도시에 산재한 128개 신호등의 지속 시간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SCATS는 시스템 도입 전보다 평균 20% 이상 이동 시간 단축과 연료 12% 절감, 배기가스 등 유해물질 7% 이상 감소 효과를 거뒀다.
모스크바도 데이터 중심도시 개념을 적극 실천하는 도시다. 특히 '적극 참여하는 모스크바 시민(ACiM)'이라는 전자 투표 플랫폼을 도입, 도시정책 의제 의사결정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현재 ACiM을 통해 130만명 이상 시민이 도시정책에 대한 의사를 전달했고, 5000만건 이상 방대한 의견이 수집됐으며, 10개 이상 새로운 버스 노선과 10㎞ 이상 자전거 전용 트랙의 경로를 결정했다.
우리나라도 일부 정부 부처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 혁신 프로젝트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산업계는 이미 오랜 기간 축적된 대용량 데이터 중요성을 인식하고 '데이터 소유권' 관련 분쟁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데이터 중심도시 지향점인 '도시의 효율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보면 선진 도시 사례와 비교할 때 우리의 현실은 뭔가 마뜩찮은 부분이 있다.
데이터 기반 서비스 실행에서 볼 때 도시에서 이미 생성되고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기보다는 특정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 수집용 인프라를 새롭게 확충하는데 방점을 찍는다.
일부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장치 도입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데이터 중심도시는 우리에게 있는 데이터를 효율 높게 연결하고, 융합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노력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좋은 서비스를 위해 항상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데 무한정 투자할 수는 없다. 도시 혁신을 위해, 도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진정한 데이터 중심도시 실현을 위해 우리 도시에 있는 데이터를 백분 활용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야 할 때다.
이득성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정책기획단장 dslee@di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