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협동조합이 장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첫 사례가 등장할 전망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이날부터 조합의 자회사인 서울개인택시복지법인 주식 매도·매수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개인택시복지법인(이하 택시복지법인)은 서울개인택시조합의 자회사다. 지난해 조합의 LPG충전소 사업을 포괄 양수해 설립됐다. 공릉동, 개화동 등 전역에 총 12개 LPG충전소를 운영한다.
택시복지법인은 관악구, 광진구 등으로 LPG충전소를 확대 운영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조합원을 대상으로 유상증자 청약을 실시한다.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약 120억원을 조달하는 것이 목표다. 미청약된 물량은 발행하지 않는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이 조합원 대상으로 일반 공모에 나선 것은 지난해 사업 자회사로 분할한 택시복지법인이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설립된 택시복지법인은 9개월 만에 8억3500만원에 이르는 이익을 올리고, 조합원에게 5.86%의 배당을 실시했다.
금융투자업계는 택시복지법인의 유상증자 자체보다 구주 유통 방식에 주목한다. 택시조합은 LPG충전소에서 청약을 실시하는 것과 더불어 주식 매도·매수 신청까지 함께 받는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 시장에서 거래되는 구주를 발행사가 사실상 중개하는 구조다. K-OTC시장을 통한 거래인 만큼 양도소득세도 비과세 된다.
중소기업계는 택시복지법인 사례를 영세 협동조합의 새로운 자금조달 형태로 주목하고 있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앞서 발표한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계획에도 담긴 협동조합 소속 자회사 제도가 현실화된 사례”라며 “특정 조합원의 경영권 장악을 막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중기협동조합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 가능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임팩트투자 등 사회가치 투자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으로 투자 재원이 늘어나고 있지만 투자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라며 “협동조합이 일정 부분 앵커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운용 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재영 금융투자협회 K-OTC부장은 “K-OTC 지정 이전부터 투명한 구주 거래를 위해 등록 문의가 계속됐다”며 “장외시장이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