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일본·벨기에 신약강국 비결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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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럽(EU) 등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제약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한다. 제약산업 안정적 성장세와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 역량에 주목한다.

신약개발 후보물질이 결승(제품 출시)을 통과할 확률은 일만분의 일이다. 극히 확률이 적다. 비용은 최소 수천억원. 시간도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이상 소요된다. 연 매출 1조원을 넘는 기업이 손에 꼽히는 국내 제약산업계 여건상 신약개발은 무모한 도전이다. 정부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세계 각국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신약산업은 고위험 고수익이다. 투자 가치는 분명한 사업이다.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제약산업연맹이 2014년부터 공동으로 추진 중인 민관합작 신약개발 네트워크는 2024년까지 10년간 총 34억유로(약 4조원)를 투입한다. 차세대 백신과 혁신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프랑스 정부는 2009년 보건·생명과학 분야 연구성과를 높이기 위해 9개 공공부문을 엮어 '생명 및 보건과학을 위한 연합(AVIESAN)'이라는 단체를 창설했다. 이 단체는 제약 업계 등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도전적 프로젝트 구상, 인증, 공공 협력절차 간소화, 보건 및 생명과학 분야 경쟁력을 높이고자 산업계가 학계 연구 역량을 이용하도록 장려한다.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사령탑 기능을 수행한다.

스위스 경제에서 제약산업은 국내총생산(GDP) 6%, 수출 30%를 차지한다. 노바티스와 로슈 등은 스위스 제약사다. 스위스 전체 R&D 가운데 2014년 기준 30%를 담당한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매출 17%인 10조8700억원을, 로슈는 매출 20%에 해당하는 10조원을 R&D에 썼다. 지난해 국내 보건 부문 R&D 투자는 약 20조원에 불과하다. 이를 감안하면 스위스 제약업체와 정부는 미래를 내다보고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다. 각종 R&D 세제 감면 혜택, R&D 비용도 지원한다.

일본은 2015년 의약품산업 강화 종합전략을 세웠다. 개인 맞춤형 유전자 치료, 바이오 의약품 등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임상시험 집중 지원책을 담았다. 신약개발 활성화를 위한 산학연 연계도 강화했다. 일본은 최근 정부 주도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정부 산하 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 주도 아래 IT업계(후지쯔, NEC등)와 제약업계(다케다, 아스텔라스, 에자이 등), 학계(교토대) 등 약 100개 기관이 참여해 컨소시엄 'LINC'(Life Intelligence Consortium)를 만들었다. 일본 정부는 약 1100억원을 지원했다. 일본제약협회(JPMA)는 인공지능(AI)을 본격 도입할 경우 1개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각각 10년에서 3~4년으로, 1200억엔에서 600억엔으로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벨기에는 인구가 서울과 비슷한 1100만명에 불과하지만 제약강국이다. 벨기에 전체 수출액 10%가 의약품이다. 얀센 등과 같은 세계적 제약기업이 탄생한 벨기에는 정부 차원에서 제약분야 R&D에 매년 약 2조원을 투자한다. 이는 정부가 지원하는 전체 R&D액의 약 40%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R&D 인력 원천징수세 80% 면제, 특허세 최대 80% 면제, 혁신 신약개발 활동에 대한 파격적 자금을 제공하는 등 지역별 다양한 지원책이 이뤄진다.

우리나라도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한다. 2013년 시행된 제약산업 육성·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지원에 나섰다. 2016년에는 국내 개발 글로벌 신약 약가 우대 정책, 약가 인하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등 개선안을 마련했다.

올해 시작한 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 계획에는 국내 제약기업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산학연 간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하는 지원책도 포함됐다. 제약기업 R&D 투자를 늘리기 위한 각종 세제 지원, 약가정책 개선안도 지속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