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트럼프, 한 발 물러나나 "해외 기업 제재, 기존 조치로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첨단 기술기업에 중국 투자를 막는 새로운 규제 대신 기존 규제안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한 발 물러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외에서 미국의 첨단기술을 훔치려하고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한 조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CFIUS는 1988년에 만들어진 부처 간 합의체로 외국인의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심의, 규제한다. 현재 미 의회에는 CFIUS 외국인 투자 규제 기능 강화를 골자로 한 개정안이 상정됐다.

이는 WSJ이 앞서 보도했던 미국의 첨단 기술기업에 대해 중국의 지분 투자를 25%로 제한하겠다는 강경 방침에서 한 발 후퇴한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보내는 일종의 화해 제스처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내달 6일 34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있다.

당초 보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첨단 기술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를 겨냥해 주요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CFIUS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규제를 추가하는 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이날 미 의회에서는 CFIUS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고, 유사 규제 법안이 이미 상원을 통과한 만큼 양 법안의 통합이 논의를 앞뒀다.

미국 정부는 해외 합작기업이 주요 기술을 외국 기업에 부적절하게 이전하고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새로운 수출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 변화가 주식시장 하락과 미국 기업에 대한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과 관세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경제학자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이는 무역 및 투자 제한 접근법이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그러나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완전히 철회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WSJ는 트럼트 행정부가 CFIUS 위주 규제 정책을 펼친다면, 이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위원장이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누르고 승리를 거둔 것으로 해석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