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시간 한도를 주당 52시간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은 '일과 삶의 균형'이 취지다. 그러나 우리 경제와 기업 현실도 반영해야 한다. 정부는 단속과 처벌을 6개월 유예키로 하는 등 충격 완화에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하지만 기업 현실 고려는 뒷전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단속 6개월 유예'는 '근로 시간 단축 시행 시기 연장'이 아니다. 단순히 7월 1일부터 6개월 동안 처벌을 유예하고 계도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근로 시간 단축에 즉시 착수하지 않으면 계도 기간인 올해 안에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7월 1일부터 근로 시간을 단축해야 하지만 시행하지 못한 사업장은 즉시 단축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이를 근로감독관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주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 산업계에 주는 메시지 또한 분명해야 한다.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CT) 업종은 '주52시간 근무'를 초과한 특별 연장 근로를 허용하겠다고 하면서도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은 개정하지 않고 별도 지침을 신설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특별 연장 근로는 '재난·재해·사고 발생 시'로 경계선이 그어진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이미 종전에도 가능한 것을 마치 새롭게 배려하는 것처럼 생색만 낸 것이라며 업계는 비판한다.
업계가 절실하게 요청한 '대국민서비스·안보 부문 근로 시간 단축 대상 제외'는 정부가 외면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막대한 금융·통신 등 대국민 서비스도 52시간 틀에서는 사실상 운용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절대 갑인 발주자의 요구가 있어도 재난 상황이 아니면 특별 연장 근로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업계 질의에 정부는 명확한 답변이 부족하다. 유예 기간을 뒀다고는 하지만 시행은 곧바로 들어가는 것인 만큼 산업계는 현실을 고려한 정책 배려가 절실한 실정이다. 문제를 알면서 해답이 없다고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업계는 정부가 실제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함께 바라보고 개선에 힘써 주는 노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