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자율주행 자동차의 신경조직 '첨단 네트워크 시스템'

운전자가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한 채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사이 어린아이가 사각지대에서 뛰쳐나온다. 자동차는 첨단센서를 동원해 사람을 감지하고 경보를 울리면서 안전거리에서 자동으로 긴급 제동한다. 자칫 참사로 이어질 뻔한 상황에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이 즉각 개입한 것이다.

자동차 전반을 어우르고 있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구조 (제공=현대모비스)
자동차 전반을 어우르고 있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구조 (제공=현대모비스)

이는 레이더와 카메라가 사물을 감지하고 판별한 동시에 전방충돌방지 제어장치(ECU)가 차속과 변속 상황 등을 분석해 자동으로 차량을 멈춘 것이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이러한 질서정연한 작동이 가능한 것은 제어장치가 ADAS 센서, 섀시·파워트레인 등 주요 부품과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신속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통신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30여년 전 전장화 초기 자동차는 엔진제어장치와 연료데이터장치 등을 일대일로 연결하는 구리 케이블이면 충분했다. 이런 방식은 전장화 부품이 늘어날수록 케이블의 양과 중량은 감당하기 어렵게 됐고 배선을 위한 설계가 크게 복잡해지면서 자동차 품질과 가격 등 경쟁력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

기계·유압식 장치가 전동식으로 대체되면서 전선가닥으로 제동, 조향 등 자동차 부품을 자동 통제하는 'X-by Wire'를 구현하기 위해 차량 통신망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했다. 이에 본격적인 '차량 통신 네트워크'가 등장했다.

현재 대부분의 차종에서 쓰이는 CAN(Controller Area Network) 통신은 공용 통신선로(버스)를 여러개 부품이 함께 사용하는 형태로 작동한다. 전기적인 노이즈에 매우 강하고 고장 진단·시스템 설정 중앙화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500kbps의 고속 CAN을 사용 중이며 차세대 CAN의 경우 2Mbps까지 지원한다.

CAN 네트워크는 부품군의 성격에 따라 군집화 된다. 예를 들어 중추신경격인 섀시(Chassis) CAN에는 엔진제어장치, 변속, 조향, 제동 전자제어장치 등이 모여있다. 이러한 섀시 CAN은 자동차의 주행 정보 등을 멀티미디어·친환경·바디·ADAS CAN 등과 공유한다.

현대자동차에 탑재되는 구 CAN 캐이블(좌) 신 이더넷 캐이블 비교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에 탑재되는 구 CAN 캐이블(좌) 신 이더넷 캐이블 비교 (제공=현대자동차)

다른 통신방식으로는 플렉스레이(FlexRay)와 MOST(Media Oriented Systems Transport)가 있다. 플렉스레이는 백업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어 높은 안전성을 가지며 이러한 백업네트워크까지 데이터 송출에 활용하면 최대 20Mbps까지 전송 속도를 높일 수 있다. MOST 방식은 주로 자동차에서 고속으로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사용된다. 전송 속도는 25Mbps에서 150Mbps까지 가능하다. 플렉스레이와 MOST는 각각의 장점이 있으나 비싼 제조단가로 아직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다.

업계는 앞으로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기술을 본격 구현하려면 이러한 통신네트워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율주행 레벨이 높아질수록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등 동원되는 센서 숫자가 늘어난다. 또 '차 대 차(V2V)' 또는 '차 대 인프라(V2I)' 통신 등 처리해야하는 데이터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커넥티비티의 경우도 기존에 각각의 제어장치가 전담했던 AVN(Audio Video Navigation), 계기판, HMI(Human Machine Interface) 등을 통합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대용량 데이터를 한층 빠른 속도로 처리해야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이더넷(Ethernet)이 주목받고 있다. 이더넷은 이미 가정용, 사무용 컴퓨터 등의 네트워킹 표준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이더넷 통신은 100Mbps에서 1Gbps의 초고속 통신이 가능하다. 현대모비스도 오픈얼라이언스, AVNU얼라이언스 등의 국제 이더넷 기구에 참여하면서 차세대 네트워킹 기술 양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