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한화, 교보, 미래에셋, 현대차, DB, 롯데 등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 시범 운영이 시작했다.
금융그룹은 2일부터 위험에 대한 현황과 관리 실태 평가를 시작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신용공여와 주식 취득 등 거래 유형을 불문하고 금융그룹에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행위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관리를 받게 된다.
특히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대규모로 보유한 삼성생명은 제도 시행 이전 기준 충족을 위해 지분 매각, 증자 등 자본적정성 확충에 나서야 할 전망이다. 보험업법 개정에 따른 추가 지분 매각 이슈에 금융당국의 자본적정성 규제까지 더해지며 정부 차원의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일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확정하고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모범규준 확정과 함께 향후 금융그룹 건전성 관리기준의 핵심이 될 자본적정성 기준과 위험관리실태 평가 기준 초안도 사전 공개했다.
앞으로 금융그룹은 이 기준에 따라 실제 가진 손실흡수능력(적격자본)이 업권별 최소자본기준(필요자본) 이상으로 유지되도록 자본적정성을 관리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집중위험과 전이위험에 집중해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을 관리할 방침이다. 특히 금융그룹에 노출된 금융 위험이 특정 분야에 과도하게 집중됐을 경우 통상 수준보다 많은 필요자본을 요구할 계획이다.
주요 산업과 지역, 위험유형과 투자유형별 위험노출액을 총합해 관리하되, 특정 거래상대방에 대한 위험 노출이 일정 수준을 넘을 때는 집중 점검·관리하기로 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대주주와 거래는 이해상충 가능성이 큰 만큼 별도 관리한다. 특히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출자도 일정 수준 이내로 유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대표회사 이사회와 소유·지배구조의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전이위험 지표도 별도로 만들어 집중위험만으로 포착할 수 없는 이상 징후를 보완할 방침이다.
예컨대 A금융그룹의 자기자본비율이 부족할 경우 금융당국은 경영개선계획 수립 등 위험관리 개선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A금융그룹은 자신이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등 자산을 매각하거나 증자를 추진하는 방식 등으로 구체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날부터 모범규준 시행을 통해 집중위험에 노출된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1년여간 시범 운영 이후 신규 법 제정을 통해 동종금융업종으로의 전환 등 이행강제수단도 마련할 계획이다. 하반기 발의할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안에는 이행강제수단을 비롯해 이를 지키지 않는 금융그룹은 해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모범규준 시행으로 가장 직접 타격을 받는 복합금융그룹은 삼성이 될 전망이다. 삼성생명으로서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거나 증자를 통해 추가 자본을 적립하는 절차가 필수로 이뤄져야 한다. 경영권 승계 등의 어려움으로 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관측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지난달 말 두 회사가 가진 삼성전자 지분 2700만주를 매각했지만 여전히 9.3%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로 인한 한도 초과분이 약 19조~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집중위험 산정 기준이 법률 제정과 함께 마련되는 만큼 1년 이상의 유예 기간이 적용될 전망이다. 은행·지주사에 대한 자본적정성 기준인 바젤Ⅲ가 수년간 경과 규정을 뒀듯 법 제정 이후에도 상당 기간 유예기간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
삼성생명은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기준 관련 유예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모범 규준이 나왔지만 아직은 선언적인 의미고 자본적정성 기준 등에 대한 세부 항목은 연말에나 나올 예정이라 아직 삼성전자 지분 매각 등은 지켜보고 있다”며 “1년여간 유예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세부기준이 나오면 필요한 조치 하나하나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표> 자본적정성 산정 기준 초안
자료:금융위원회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