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은 발전 연료 간 균형 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 안정성 제고를 위해 지나치게 높은 원전·석탄 비중을 낮추면서 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을 높이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 초기에 '에너지 전환=탈원전'이란 등식이 강조되면서 아직까지도 사회 각층에서 원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제기된 수많은 논란 가운데 몇 가지 오해가 있어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지금의 에너지 전환은 탈원전보다 원전 비중 축소가 맞는 용어다. 탈원전은 건설되고 있거나 가동하고 있는 원전의 중단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의 에너지 전환은 그렇지 않다. 건설되고 있거나 가동되고 있는 원전은 그대로 진행되며, 신고리 5·6호기 외 신규 원전 건설만 중단된 것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은 2030년 발전량 비중이 40%에 이를 원전 역할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림으로써 발전원 간 균형 발전을 꾀하자는 것이다.
둘째 지난해 대만에서 발생한 정전은 탈원전 때문이 아니다. 직원 실수로 2분 동안 가스밸브를 잠금으로써 발전소 1기가 멈춰 섰으며, 이 여파로 한 단지 내에 있던 다른 발전소 5기도 함께 멈추게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탈원전을 추진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원전 밀집도가 높은 대규모 발전 단지를 지양하고 분산형 전원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월성 1호기(679㎿) 가동을 중단하면 수명 연장을 위해 이전에 투자한 설비개선비 6000억원을 날리는 것이 되기 때문에 월성 1호기를 다시 가동해야 경제성이 있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 월성 1호기 발전 단가는 ㎾h당 122.82원으로 석탄(79.27원) 및 LNG(113.44원)보다 더 높다. 게다가 월성 1호기는 경수로가 아닌 중수로 원전이어서 폐기물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경제성은 더 떨어진다. 또 월성 1호기의 수명이 연장되면 수천억원이 투자된 LNG 발전소 몇 곳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할 수 있다.
넷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으로 지난겨울 전력 수급 위기가 왔다는 지적도 무리가 있다. 추가 가동이 가능한 발전소가 충분했고, 전력예비율도 안정을 보이던 지난겨울 전력 수급 상황은 위기로 보기 어렵다. 지난겨울 원전 가동 정지는 에너지 전환 정책과 무관하다. 원자력안전법에 의한 정비 및 점검을 위한 것이었다. 특히 전체 원전 24기 가운데 약 절반에 해당하는 11기가 멈췄어도 최저 공급예비율은 12.9%로 수급 상황이 안정을 유지했다. 민간 LNG발전사는 가동률 저하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급 위기를 자꾸 강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다섯째 원전 축소가 전기요금 폭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분산형 대표 전원인 원전 발전 단가에는 사회 갈등 비용, 지역주민 피해 비용 등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유연탄이나 LNG와 달리 국세가 1원도 부과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서 원전의 외부성을 세금 신설로 내부화하고 청정연료인 LNG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이 부담금을 완화한다면 전기요금의 급격한 변동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여섯째 신규 원전 취소로 우려되는 지역 경제 어려움은 정부가 다른 명목의 지역 경제 활성화사업을 추진, 해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는 해양환경 보전을 위해 갯벌 매립 산업단지 조성을 포기한 충남 서천군 지역에 대규모 국비를 투입했다. 국립생태원 및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건립·운영해 관광객과 탐방객을 유치,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shyoo@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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