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대한 방송통신 사업자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의 경제와 승자 독식에 의해 국내 OTT 시장과 콘텐츠 생태계를 빼앗길지 모른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세금, 망 이용대가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OTT를 규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됐다.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OTT 사업자 비즈니스 전략 및 국내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참석자는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OTT 사업자 국내 진출에 우려를 표명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성춘 KT 상무는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가 1억2000만명으로 월 1조원 매출을 의미한다”면서 “단일 회사가 우리나라 방송 산업 연간 매출을 올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은 규모를 갖춘 회사가 승자독식하는 영역이라 국내 OTT 시장도 글로벌 업체가 독식할 수 있다”면서 “우리가 진출해야 할 한류 콘텐츠 시장을 넷플릭스가 선점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희주 푹 플랫폼사업본부장은 “유튜브가 국내 콘텐츠 시장을 점령했고 우리는 부산까지 밀렸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전통 방송과 달리 인터넷을 통한 방송은 국경이 없지만 우리는 논의만 하고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한국에서 돈을 얼마나 버는지 정부도 모르고 통신사는 망 이용대가도 거의 받지 못한다”면서 “글로벌 OTT 사업자가 국내에서 사업하는 건 '땅 짚고 헤엄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석봉 JTBC 정책팀장 역시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고가에 사면 단기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지만 독점 배포 등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판로를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성연 닐슨코리아 박사는 “글로벌 OTT가 아직은 영향력이 크지 않다”면서도 “TV 시청 습관을 가진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OTT가 TV로 진입하는 순간 위험해진다”고 전망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글로벌 OTT 사업자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이전에 정부와 사업자 등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전송하지만 전송품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규제를 받지 않는다”면서 “현재 부가통신사업자인 법 지위를 바꾸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방법론을 내놓았다.
또 “유료방송을 대체하는지 살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모니터링을 위해 정부에 자료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상무는 “AT&T와 타임워너 인수합병 판결에서 미국 법원이 OTT를 유료방송과 경쟁관계임을 인정했다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도 OTT를 방송으로 인정하고 글로벌 OTT 사업자에 대항해 정부와 사업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 팀장은 “누군가를 겨냥해 당장 규제하자는 게 아니라 독점 사업자가 등장하지 못하도록 사전 조치를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본부장은 “국내 사업자는 규제를 받고 해외 사업자는 받지 않는 불공평한 상황”이라면서 “세금, 망 이용대가, 방송 규제 등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방송 콘텐츠 산업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유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넷플릭스가 성장한 건 결국 쟁쟁한 스튜디오를 제치고 자체 콘텐츠를 생산한 것”이라면서 “돈을 퍼붓는다고 되는 일이 아닌 만큼 창작자를 우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용 CJ헬로 사업협력실장도 “너무 낮은 유료방송 가격 탓에 국내 콘텐츠 시장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값을 주는 환경을 만들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